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미 중간선거 직후인 8일과 9일 북한, 중국과 각각 연쇄 고위급 회담을 한다. 이번 중간선거가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인 만큼 선거 결과가 회담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 국무부는 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이 8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함께 뉴욕에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제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와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공동성명 4대 합의사항의 진전”이라고 전했다.

두 사람의 뉴욕 만남은 지난 5월에 이어 두 번째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2차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 선정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핵신고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주고받는 ‘빅딜’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고위급 회담이 중간선거가 끝나자마자 열리는 이유는 미·북 양측의 계산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란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트럼프 정부로선 협상 결과가 선거에 미칠 파장을 차단하되, 일정은 선거 전에 발표해 유권자에게 대북정책 기대 효과를 높일 것이란 분석이다. 북한은 민주당이 선거에 승리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2차 미·북 정상회담 추동력이 일시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은 수십 년 동안 핵 문제를 다뤄오면서 미국 중간선거가 행정부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다”며 “선거 결과에 따른 시나리오에 맞춰 회담 전략을 짤 것”이라고 말했다.

9일 워싱턴DC에서 열릴 미·중 외교안보대화에서도 북한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회담에서 어떤 조건을 내놓을지에 따라 미·중의 대북 전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폼페이오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무장관, 중국에선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웨이펑허 국방장관이 참석한다.

청와대는 미·북 고위급 회담과 관련해 “중간선거 이후 조성되는 환경에 따라 새로운 접근법 속에서 북·미 대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6일 “미 국무부 보도자료에 나온 ‘네 개의 기둥(four pillars)’이라는 대목에 집중해 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네 개의 기둥은 싱가포르 공동선언에 나오는 네 가지 합의사항을 뜻한다.

김 대변인은 “네 가지 합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토론을 한다는 것인데, 첫 번째와 두 번째 합의 내용인 새로운 미·북 관계 수립과 한반도의 평화 정착에 대해 본격적인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