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지도자 사적영역 거론 드물어…쿠바와 밀착관계·'보통의 지도자상' 과시
"김정은-쿠바 지도자, 서로 가족소개"…北매체 이례적 언급 주목
북한 관영매체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방북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대화 내용을 보도하며 김 위원장의 '가족'을 이례적으로 언급해 눈길을 끈다.

조선중앙통신은 6일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부부를 노동당 본부청사로 초청해 면담과 만찬을 한 소식을 전했다.

통신은 "두 지도자 내외분들께서는 한 가정처럼 모여 앉은 만찬장에서 서로의 가족들에 대한 소개로부터 두 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 생활풍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화제로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시었다"고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북한 매체가 최고지도자의 사적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가족'의 존재를 공식 거론한 것은 전례가 드문 언급이어서 주목된다.

그동안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할머니 김정숙,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김정은 위원장의 가족관계는 기본적으로 '우상화된 가계' 차원에서 북한의 공식 담론에 등장했다.

김 위원장에게 정통성을 부여하는 가계 혈통으로서 의미를 가진 것이다.

반면 이번에 언급된 '가족'은 김 위원장의 개인적 영역에 가깝다.

최고지도자를 신격화하는 북한이 그 가족에 대한 언급을 금기시해온 것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표현인 셈이다.

이런 변화는 리설주 여사가 공식 무대에 등장해 활발히 활동하는 등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이 '정상국가의 지도자' 상을 추구하고 있는 것과 맥이 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리설주 부부가 함께 자리한 가운데 가족소개가 나왔다는 북한 매체의 언급으로 미뤄볼 때 만찬에서는 자녀 이야기가 거론됐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김 위원장 부부는 슬하에 세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는 설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 2013년 방북한 미국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먼은 김 위원장 부부가 '주애'라는 이름의 딸을 두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가족, 특히 자녀에 대한 언급은 사실 후계구도와 직결되기 때문에 일종의 '보안 사항'이다.

그런 민감한 이야기도 디아스카넬 의장과 주고받았다면 혈맹으로서 북한과 쿠바의 관계가 그만큼 돈독하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도 담겼을 수 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그동안 각종 정세 부침 속에서도 굳건한 관계를 유지해온 북·쿠바의 친밀함을 과시하려는 듯 대부분의 방북 일정에 디아스카넬 의장과 '밀착 동행'하고 있다.

디아스카넬 의장이 현재로서는 정부를 이끄는 국가수반이지만, 사실상 라울 카스트로 공산당 총서기의 뒤를 이을 '후계자'라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언급에 대해 "양국 지도자 간 두터운 친분, 관계의 돈독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의 '보통의 지도자'상을 보여주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