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북방경제협력위원장에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
문재인 대통령은 4일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신임 위원장에 권구훈 골드만삭스 아시아담당 선임이코노미스트(56·사진)를 위촉했다. 대북 제재로 가로막힌 북방 경제를 돌파하기 위한 의외의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위원장직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의를 표하면서 석 달 넘게 공석 상태였다.

권 신임 위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이코노미스트로 2007년부터 골드만삭스에서 일하고 있다. 그전에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상주대표를 지냈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 네덜란드계 은행인 ABN AMRO의 런던 지사에서 터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담당 수석경제학자 및 투자 전략가로 재직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권 신임 위원장은 거시경제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이자 북방 경제 협력분야에서도 남다른 경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IMF 러시아 대표로 근무하면서 쌓은 현지 인맥을 바탕으로 유라시아 지역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데 새로운 식견과 상상력을 제공해 줄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북방경제위원회는 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지난해 8월 세워진 대통령 직속 기구로 러시아 가스전 개발 협력 등 정부의 신북방정책을 맡고 있다.

권 위원장 선임을 두고 북방 경제 협력의 신호탄으로 꼽히는 ‘나진~하산’ 프로젝트 가동을 위해 대북 제재를 풀어낼 전문가를 발탁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권 신임 위원장이 나산 프로젝트 복원을 위해 미국 제재를 풀고 국제금융기관 투자를 설득하는 임무를 부여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북방 경제 로드맵을 본격 추진해 나가기 위한 관련 부처 협력을 원활히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방위원회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대북 제재 완화가 아니라 정부 간 협업을 통해 북방 경제의 추진력을 얻어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권 위원장은 북한 경제 전문가로도 꼽힌다. 박근혜 정부 당시 ‘독일식 흡수통일은 쪽박’이란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독일식 흡수통일보다는 홍콩처럼 점진적인 통합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해왔다. 2009년에는 통일이 이뤄지면 2050년 국내총생산(GDP)이 일본과 독일을 추월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