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과 해법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 수준이 비슷한 국가에 비해 높긴 하지만 연 2%대의 경제성장률 고착화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3.1%)보다 확연히 하락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한국은행 2.7%)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제시한 경제 해법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 강화’나 ‘복지를 통한 소득 불평등 완화’ 등으로 작년 시정 연설과 큰 차이가 없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저성장과 양극화에 대한 처방으로 ‘함께 잘 사는 사회’와 ‘포용 국가’를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현 경제 상황에 대해 “경제성장률은 우리와 경제 수준이 비슷하거나 앞선 나라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가장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계가 우리 경제 성장에 찬탄을 보내고 있다”며 “우리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고 자화자찬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미국과 비슷하거나 일본보다 높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위기에 대한 인식이 아쉽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대외 경제 여건 악화로 2%대 저성장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은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미·중 간 무역전쟁으로 제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제시한 위기의 원인과 해법이 현장에서 보는 것과 다소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미국과 일본 모두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적을 냈다”며 “주변국 가운데 한국만 잠재성장률 이하를 기록한 것은 국내 경제 요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하강에 대한 원인을 문 대통령이 잘못 보고받고 있는 것 같다”며 “자영업 폐업으로 인한 실업 확산과 규제로 인한 기업 투자 감소 등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재정 흑자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견해에도 반대 의견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작년과 올해 2년 연속 초과 세수가 20조원이 넘었는데, 늘어난 국세 수입을 경기 회복을 위해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늘어난 세수를 불평등 완화를 위한 복지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신흥국에 금융위기를 대비해 재정을 비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며 “다가올 위기를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광림 한국당 의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전 산업의 성과가 꺾이고 있는 올해 이후 ‘세수절벽’은 불 보듯 뻔하다”며 “재정 흑자는 일시적이고 복지에 드는 돈은 영원한데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장과 기업의 자유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았다. 사상 처음으로 수출이 연 6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평가하긴 했지만 수출 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 방안 등도 없었다. 이날 연설에서 ‘규제 완화’라는 단어는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복지를 통해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며 “다만 기업의 활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