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의 유력 싱크탱크에 소속된 한반도 전문가들이 한·미 동맹의 균열 조짐을 일제히 경고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 연구원과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 연구원은 각각 지난 15일과 16일(이상 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한국 기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들은 ‘9·19 평양선언’에서 이뤄진 남북 군사합의를 두고 한·미 간 갈등이 노출되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지난달 평양 남북한 정상회담 이후, 심지어 그 이전 시점부터 제기된 현안들에서 한·미 간 견해차가 나타나고 있다”며 “대북제재와 남북군사합의서 문제에서 한·미가 같은 페이지(page·입장)에 있는지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클링너 연구원도 “미국 정부가 문재인 정부에 여러 차례 남북관계의 진전과 관련해 ‘속도를 늦추라’는 상당히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이어 “공개적으로 미국은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노력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 얘기해보면 상당수가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매우 우려하거나 심지어 화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동맹의 균열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지난 18일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도 제기됐다. WSJ은 “워싱턴과 서울은 북한에 관해 서로 다른 우선순위를 세웠고, 이것이 북한 핵 해체에 관한 한·미 간 협력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한·미 간 대북 공조 방안 조율을 위해 28일 방한했다. 이날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비건 대표는 취재진에게 “오늘은 어떤 질문에도 답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비건 대표의 방한에는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과 케빈 김 국무부 대북 선임고문도 동행했다.

비건 대표는 2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예방하고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 협상 수석대표 협의를 한다. 다만 비건 대표가 이번에 판문점에서 북한 측과 접촉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공동취재단/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