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부터 자유한국당이 운영 중인 ‘국가기관 채용비리 제보센터’에 채용 비리 의혹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중앙당 및 시·도당별로 마련된 제보센터에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며 “유의미한 제보가 상당수 있었을 뿐 아니라 익명이 아닌 실명으로 제보한 경우가 꽤 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접수된 제보는 200여 건에 달한다. 가장 많은 제보는 광역 시·도 혹은 기초자치단체 시·군·구에서 직영하는 지역공기업·공공기관 관련 내용으로 40여 건이다. 채용검증이 상대적으로 부실한 탓이다. 서울시 한 구청 관계자는 “중앙정부 산하 기관은 그나마 형식적으로라도 채용검증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지방정부 산하 공공기관은 그렇지 않다”며 “기초단체장을 민선으로 뽑기 시작하면서 임기가 끝날 때마다 산하기관 직원 다수가 물갈이되는 홍역을 치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부처 중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 관련 제보가 30여 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보건복지부, 교육부, 국토교통부 산하기관 순이었다. 센터에 따르면 정부부처 산하 A기관은 전국 단위 노동조합이 조직적으로 신규 채용에 개입해 상당수 용역업체 직원이 정규직으로 ‘직고용’됐다. B공단은 상위 주무부처의 간부 아들이 공개 채용됐다.

또 C기관은 권력관계를 이용해 협력업체 전·현직 직원 가족과 친·인척, 지역유지 등을 모두 취업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D공사는 처장(고위직)의 아들이 정규직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실력에 따른 자력 합격이라고 주장하지만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제보를 모아 1차로 신뢰성 여부를 자체 판단한 뒤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들을 통해 문제 기관들을 파헤치는 방식으로 ‘팩트 체크’를 하고 있다.

한국당이 제보센터를 개설한 것은 국회 국정감사 자료 요구 등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인사 비리 문제를 끄집어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한국당 한 의원실 보좌진은 “국감이 끝나가면서 대부분 기관이 자료 요청을 뭉개며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 국감만으로 한계에 부닥치자 직접 ‘내부고발자’를 찾는 방식으로 조사에 나선 것이다.

유민봉 한국당 의원이 밝혀낸 서울교통공사의 친·인척 정규직 전환 의혹도 정상적 자료 요구 방식이 아니라 ‘노(勞)·노(勞) 간 갈등’ 와중에서 불거진 내부자 제보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