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9·19 평양공동선언과 남북 군사합의서를 국회의 동의 절차 없이 비준한 것을 놓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위헌 공방이 최고조에 치닫고 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위헌적 행위’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소송을 추진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청와대는 그러나 “북한은 우리 헌법 체계상 국가가 아니라, 북한과 합의는 조약이 아니다”라며 위헌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법리 공방이 확산되자 관련 학계와 외교가에서도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학계에서는 ‘북한과 합의는 조약이 아니다’라는 청와대 주장은 이론적으로 틀리다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5일 통화에서 “북한이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헌법 60조에 적용받지 않는다는 말은 이론적으로 틀리다”며 “휴전 협정의 경우 북한이 당사자가 됐다.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당사자가 못 된다는 말 자체가 틀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 실제로 보면 교전 단체나 국제 기구가 국가가 아닌데도 국제 조약의 당사자가 되는 경우는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국내 로펌 관계자도 “북한은 국가가 아니어서 조약이 안 된다는 주장은 틀렸다”며 “조약은 국가간에서만 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제법상 교전단체와도 조약 체결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법적으로 보면 북한은 유엔에 가입한 엄연한 국가”라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의 판례의 예를 든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장 교수는 “청와대 논리대로 라면 판문점 선언, 평양 공동선언, 군사합의서 전부 신사협정”이며 “법적효력이 없게 된다. 법적효력이 없으면 남북간 합의도 할 필요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1991년 야당은 국회 비준 동의를 받지 않는 남북 기본합의서에 대해 위헌이라며 반발했다. 헌재는 당시 남북기본합의서에 대해 “신사협정이기 때문에 법적 효력은 없다”면서도 “위헌은 아니다”라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학계 관계자는 “비준권한이 대통령에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회 동의를 받는지 안받는지에 따라서 법률적 효력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 동의가 없으면 대통령령으로서만 효력이 생긴다. 국회 동의받아야 실제 법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모(母)법이 없는 대통령령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결국은 국회 동의를 거쳐 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국회 동의를 밟는 게 수순”이라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법리 공방이 무의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법률적으로 논리싸움할 문제가 아닌데 견강부회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각 선언과 군사분야 합의서 내용에 대한 분석 선행 없이 비준 동의, 국무회의 의결이란 목표에만 매달리다 이렇게 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3일 야당이 위헌 논란을 제기하자 “북한은 헌법과 우리 법률 체계에서 국가가 아니다. 따라서 북한과 맺은 합의, 약속은 조약이 아니다”라며 “조약이 아니므로 헌법이 적용될 수 없고 위헌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 과정에서 1991년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에 대해 헌법재판소(1997년)와 대법원(1999년) 판례를 제시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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