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오는 12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를 유예하기로 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더 이상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공언한 미국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태도를 바꿨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방부는 “한·미 국방장관이 아세안 확대국방장관회의를 계기로 지난 1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협의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국방부는 “양국 장관이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 유예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도 협의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데이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19일 성명을 내고 “한·미 국방장관이 북한 문제에 모든 외교적 과정을 지속할 기회를 주도록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 시행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주한미군사령부도 이날 “우리는 향후 모든 한·미 연합훈련의 이행에 관해 한·미 양국 정부의 지시를 계속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실전 대비 태세를 점검하는 비질런트 에이스는 2015년부터 매년 12월 열렸다. 북한의 미사일·핵 위협이 최고조에 달한 작년에는 미국의 최신예 전략자산인 스텔스 전투기 F-22, F-35A 등 24대가 한반도에 출격해 우리 공군과 북한 주요 핵심 지점 폭격을 가정한 연합훈련을 펼쳤다. 당시 북한은 비질런트 에이스를 겨냥해 “핵전쟁 국면으로 몰아가는 엄중한 군사적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훈련 유예 결정은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대화 국면’을 유지해 나겠다는 포석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하지만 훈련 유예 발표 과정에서 한·미 양국이 미묘한 온도차를 드러내 논란이 일고 있다. 훈련 중단은 통상 양국이 동시에 발표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미국 측 발표가 우리 정부보다 12시간 이상 빨랐다. 국방부는 “문제될 게 없다”는 인식이지만 훈련중단을 놓고 온도차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훈련 유예 결정 하루 전까지도 우리 군은 ‘훈련 강행’ 의지를 밝혀 왔다. 공군작전사령부는 지난 19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공군본부 국정감사에서 “비질런트 에이스는 12월 첫째 주 (시작될) 예정”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이왕근 공군참모총장도 당시 “올해 비질런트 에이스를 예정대로 하느냐”는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 질의에 “한·미가 협조해 결정할 계획”이라며 “다만 연합훈련은 지속하는 것이 좋다고 공군 입장에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