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미·북 정상회담 업무 오찬을 마친 뒤 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카펠라호텔 정원을 통역 없이 1분 간 산책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미·북 정상회담 업무 오찬을 마친 뒤 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카펠라호텔 정원을 통역 없이 1분 간 산책했다. /AF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9일(현지시간) '열흘쯤 뒤' 북미 고위급 회담 개최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이 북미간 2차 핵 담판의 날짜와 장소를 정하기 위한 북미 고위급 채널 가동을 예고함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작업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2차 북미정상회담 시점과 관련, 같은 날 미국 고위관리가 '내년초 개최'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시기적으로는 내년으로 넘어갈 공산도 적지 않아 보인다.

멕시코를 방문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를 잡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관련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 "약 열흘 내에" 자신과 북한측 카운터파트의 고위급 회담이 '여기'에서 열리기를 매우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7일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당시 북미가 실무협상단 조기 가동에 합의한 이후 '스티븐 비건-최선희 라인'의 협상 일정이 정해졌다는 소식이 아직 구체적으로 전해지지 않은 가운데, 그사이 '비건-최 라인' 가동을 통한 실무 논의를 토대로 고위급 조율에 나서겠다는 건지 주목된다.

이러한 프로세스가 현실화된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직접 소통하는 '톱다운' 협상 방식에 실무 단위에서부터 점차 위로 올라가는 '바텀업' 방식이 가미되는 셈이다.

이 경우 '다음 주 실무협상→다음다음 주인 이달 말 또는 내달 초께 고위급 회담'의 일정표가 짜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폼페이오 장관이 고위급 회담의 장소로 언급한 '여기'가 어딜 말하는 건지도 확실치는 않다.

인터뷰가 진행된 멕시코를 뜻했다기보다는 미국을 가리킨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이 그의 카운터파트를 워싱턴DC에서 만난다는 뜻이냐'는 기자 질문에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구체적 언급을 거부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고위급 회담' 개최 언급을 두고 그의 카운터파트가 특사 자격으로 방미, 시간과 장소 등 2차 북미정상회담의 큰 윤곽을 확정하는 성격도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북한 고위 인사의 백악관행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지난 1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과정에서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5월 말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미길에 올라 뉴욕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고위급 회담을 한 뒤 6월 1일 워싱턴DC로 이동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전례가 있다.

한차례 '취소 발표'됐던 북미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날아온 김 부위원장의 방미를 계기로 다시 살아났었다.

일각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와 함께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특사 자격으로 방미하는 '파격' 시나리오를 그리기도 한다.

김 위원장은 4차 방북 때도 미국 내 정서를 감안, 폼페이오 장관과의 면담 당시 김영철 부위원장 대신 김 부부장을 배석, 미국 측을 배려하는 제스처를 보낸 바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 준비작업이 본격화되더라도 시기 자체는 순연되면서 올해를 넘길 가능성에 점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시간표와 관련, '11·6 중간선거 이후'라고 이미 못 박은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은 조만간 열릴 것이라고 말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이날 일부 기자들에게 "내년 1월 1일 이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이 최근 들어 공세의 무게중심을 종전선언에서 제재완화로 옮겨가며 미국 측과 기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비핵화 실행조치와 상응 조치를 둘러싼 양측의 물밑 신경전도 불가피해 보인다.

결국, 북미 간 주고받기 조율이 얼마나 빨리 이뤄지느냐에 따라 회담 개최 시기가 유동적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인 셈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