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6일 “교황 성하의 축복으로 평화의 길을 열었다”며 “교황청과 북한의 교류도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유럽 두 번째 순방국인 이탈리아로 출발하기에 앞서 교황청 기관지에 낸 특별기고문을 통해 “그동안 교황청이 한반도의 평화를 강력하게 지지해준 것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을 대신해 깊이 감사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18일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제3차 남북한 정상회담 당시 교황을 북한으로 초청하고 싶다고 밝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사를 전달하고 교황의 방북 의사를 타진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가톨릭 국가가 아니지만 성경을 통해 민주주의를 익히고 불의와 맞서는 용기를 얻었다”며 “군사독재 시절 한국의 성당은 민주주의의 성지였고, 피난처였다. 그것이 한국에서 가톨릭이 존경받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나는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한 전인미답의 길을 걸어가는 동안 화해와 평화를 위한 ‘만남의 외교’를 강조하신 교황 성하의 메시지를 항상 기억했다”며 “이제 우리는 분단과 대결을 평화를 통해 번영으로 부활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평양 방문 때 김희중 대주교가 동행한 것을 거론하면서 “남북 가톨릭 간의 교류를 위해 교황청에서도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기울여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의 진정한 화해와 협력, 항구적 평화는 정치와 제도가 만들어낸 변화 이상이 필요하다”며 “단지 경제적 이익을 나누는 것만이 아니라 서로가 형제처럼 아끼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나와 우리 국민은 ‘모든 갈등에 있어 대화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교황 성하의 말씀을 마음에 깊이 새긴다”며 “민주주의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포용국가를 향해 굳건히 나아갈 것이다. 그 길에 교황 성하의 축복과 교황청의 기도가 언제나 함께하기를 바란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파리=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