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국내 비만기준, 서태평양 일부 국가 모여 만들어
남인순 "국내기준 낮아 비만 공포 시달려…국제기준에 맞춰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대부분 외국에서 사용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비만 기준을 적용하면 한국의 비만 유병률은 5.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쓰는 비만 잣대를 들이댔을 때의 비만 유병률 35.5%와 비교할 때 많이 차이가 나 국제적으로 상호 비교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비만 기준을 국제기준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1일 세계 비만의 날을 맞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보건복지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현재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WHO 서태평양지역 일부 국가가 모여서 만든 비만 기준을 쓰고 있다.

이는 WHO의 세계기준과는 다르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WHO 기준에 따라 체질량지수(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인 BMI) 25㎏/㎡ 이하를 정상으로 보지만, 우리나라는 23㎏/㎡ 이하를 정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는 체질량지수 25∼29.9㎏/㎡는 비만, 30㎏/㎡ 이상이면 '고도비만'으로 보지만, 유럽연합 등 서구에서는 체질량지수 25~29.9㎏/㎡는 과체중으로, 30㎏/㎡ 이상은 '단순 비만'으로 판단한다.

국내 비만 기준이 WHO 기준보다 훨씬 낮게 책정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19세 이상의 비만 유병률은 국내 비만 기준(체질량지수 25㎏/㎡)을 적용하면 무려 35.5%(남자 41.8%, 여자 20.2%)에 달하지만, WHO 기준(체질량지수 30㎏/㎡)을 적용할 경우에는 5.5%(남자 5.9%, 여자 5.2%)에 그쳐 큰 차이가 난다.

세계기준인 체질량지수 30㎏/㎡를 사용해 주요국간 15세 이상 비만 유병률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5.3%로 OECD 34개 회원국 중 일본(3.7%)을 빼고는 가장 낮다.

OECD 평균은 19.4%이며 미국 38.2%, 멕시코 33.3%, 영국 26.9% 등으로 높다.

남인순 의원은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보건의료선진국의 기준을 따르는데, 유독 비만 기준만 다른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며 "우리나라 비만 기준도 국제 추세에 부응해 상향 조정하는 등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사용하는 비만 기준을 만든 WHO 서태평양지부조차 WHO의 권고에 따라 자체 기준을 포기하고, 세계 비만 기준을 따르고 있다.

일본도 지난 2014년 건강보험조합연합회 등에서 검진판정 기준으로 체질량지수 정상기준을 남성 27.7㎏/㎡, 여성 26.1㎏/㎡로 올리는 등 정상범위를 넓혔다.

남인순 의원은 "이렇게 낮은 비만 기준은 패션업계, 제약업계, 다이어트업계 등 특정 업종의 이해관계를 지키는 것 이외에 국민의 보건향상과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비만 기준은 선진국과 달리 낮게 책정돼 많은 국민을 근거 없이 비만의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며 "특히 젊은 여성들은 과도한 다이어트로 건강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는 만큼 성 평등과 미투 운동도 중요하지만, 여성 건강보호 차원에서도 비만 기준을 바로잡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