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종전선언-핵사찰 등가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
"미국 부분적 제재 완화라도 들고나와야 '딜' 될 수 있어"
문정인 "강경화 '핵신고 연기' 중재안, 좋지만 北 안 받을 것"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10일 북한에 대한 '핵 신고 요구'를 미루고 핵시설의 '검증된 폐쇄'를 받아들이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제안에 대해 "북한이 안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이날 서울 S타워에서 동아시아재단 등이 공동 주최한 세르주 알리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국장과의 대담에서 "좋은 생각이나 북한이 종전선언과 핵사찰을 등가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강 장관은 지난 3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핵무기 목록을 요구하면 검증을 놓고 이어질 논쟁에서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다"며 "만약 미국이 종전선언과 같은 상응조치를 하는 대가로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영구 폐기한다면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는 대단히 큰 도약이라고 생각한다"며 일종의 '중재안'을 제시했다.

북한은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 특보는 대담 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를 안으로 내놓은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이 종전선언만 제안하면 이를 안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대북 제재의 부분적 완화라도 들고나와야 '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북미 양측이 종전선언을 놓고 밀고 당기기를 하는 상황에서 최근 북한이 종전선언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은 점을 들었다.

북한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일 '종전은 누가 누구에게 주는 선사품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미국이 종전선언에 응해주는 대가로 북조선으로부터 핵계획 신고와 검증은 물론 영변 핵시설 폐기나 미사일 시설 폐기 등을 받아내야 한다는 궤변들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평양공동선언에 담긴 영변 핵시설 영구적 폐기에 대한 상응조치로 미국이 종전선언만을 생각한다면 비핵화 협상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의중을 비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문 특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시기를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이후로 예고, 문재인 대통령의 '연내 종전선언' 목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에는 선을 그었다.

문 특보는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종전선언을 채택하려고 하는 우리 정부로서는 실제로 회담이 열리면 (정부가 생각하는) 안이 있을 테니 연내 종전선언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역사성, 상징성을 고려하면 개인적으로는 판문점이 2차 북미정상회담의 장소로 좋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문 특보는 대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비핵화가 진전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청중의 평가에 "트럼프 대통령 혼자만의 결정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고 대답했다.

문 특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도권(initiative)을 잡았고 문 대통령이 이를 잘 소화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연결시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바꿨다"고 평가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관료들 말에 집중하지 않고 내린 결정과 문 대통령, 김 위원장 간 전략적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서 잘 됐다"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일관됐다 할 수는 없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에 평화를 구축하는 '피스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