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과 정당이 ‘세금 폭탄’, ‘징벌적 세금’이라고 비판했는데, 이는 사실에 맞지 않고 다수 국민의 생각과도 어긋난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달 18일 국무회의에서 한 말이다. 이 총리는 “1주택자는 시가 18억원 이상의 집을 가진 경우에만 세 부담이 늘어난다”며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에 포함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인상이 일부 ‘부자’만을 겨냥한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가 이현재 자유한국당 의원의 의뢰를 받아 추계한 결과 내년에 종부세를 내야 하는 사람은 47만460명으로 50만 명에 가까웠다. 서울 전체 아파트 가구 수(166만 가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2016년 27만3555명에서 3년 만에 약 두 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이는 종부세 산정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의 ‘현실화’가 정부 추진 방향대로 이뤄진다는 가정을 토대로 한 것이다.
[단독] 종부세 대상자 정부 발표의 2배…중산층도 '세금폭탄' 현실화
◆부자 겨냥한 ‘핀셋 증세’라더니…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9·13 대책을 발표하면서 “2016년 종부세를 납부한 27만3555명 가운데 21만8000명의 세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공시지가 인상에 따라 종부세 납부 대상에 새로 편입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는 따로 밝히지 않았다. 정부는 실거래가의 60~70% 수준인 공시지가를 실거래가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공시지가를 현실화해 과세하는 것이 형평성과 집값 잡기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김 부총리는 “종부세 개편으로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사람은 많지 않아 조세 저항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증세 부담이 극히 일부에게만 돌아간다는 뜻의 ‘핀셋 증세’ 등의 단어를 쓰며 정부를 옹호했다.

그러나 정부 계획대로 공시지가 시가 반영률을 높일 경우 종부세 과세 대상 인원은 2016년 27만3555명에서 올해 42만2247명으로 50% 넘게 늘어나고, 내년엔 50만 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예산정책처의 분석이다. 여기에 토지 종부세를 내는 사람까지 합하면 내년 종부세 과세 대상 인원은 55만3315명에 이른다. 정부 주장과는 달리 중산층도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는 의미다.

이 의원은 “공시지가가 오르면 과세 대상 인원이 필연적으로 급증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추계 없이 ‘21만8000명의 세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며 국민을 호도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현행 공시지가의 80%인 공정시장가액비율(세금 산정 때 주택 공시가격을 얼마나 적용할지 정해 놓은 비율)이 2022년까지 100%로 인상되면 종부세 세수는 4000억원대에서 2조원 수준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의원은 10일 열리는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종부세 과세 대상 증가에 대해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재산세도 큰 폭으로 증가

예산정책처는 공시지가 현실화가 이뤄질 경우 종부세뿐 아니라 재산세도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예산정책처는 우선 공시지가 시가 반영률을 65%로 가정해 올해 재산세를 4조357억원으로 추정했다. 이 비율을 90%로 올리면 재산세는 6조3064억원, 100%가 되면 7조4622억원으로 늘어난다.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로 동시에 인상하면 전체 보유세는 9조4280억원이 된다. 올해 예상 세수(4조4728억원)의 두 배가 훌쩍 넘는 금액이다.

이 의원은 “주택 매매로 차익을 얻은 것도 아니고 명목 소득에 연간 수십만~수천만원의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라며 “집값 안정이란 명목으로 중산층 대상 증세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이 의원은 부동산 보유세를 인상하는 대신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자료를 내 “한국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부동산 보유세 비중은 낮은 반면 거래세 비중은 높다”며 “보유세를 인상한다면 거래세는 과세 균형 측면에서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거래세 비중은 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0.4%)보다 월등히 높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유세만 올리고 거래세를 내리지 않으면 시장에 매물이 줄어들면서 임차인이나 잠재 수요자에게 보유세 인상의 세 부담을 전가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