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7일 4차 방북을 계기로 북한 비핵화 협상에 “중대한 진전”을 이뤘으며 “풍계리 핵시험장 폐기를 검증할 사찰단이 곧 북한을 방문하게 될 것”이라고 8일 말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서울에서 중국으로 떠나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방북 결과에 대해 “우리(미·북)는 중대한 진전을 계속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대단히 오랜 기간, 그 어떤 정부가 했던 것보다도 많은 진전을 이뤄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의전, 수송 등 관련 절차가 합의되는 대로 사찰단이 풍계리 핵시험장과 미사일 엔진시험장을 방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풍계리 핵시험장은 북한이 비핵화 첫 조치로,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전인 지난 5월24일 폭파 폐기한 곳이다. 당시 폭파 현장 검증에 전문가는 배제됐다. 북한이 풍계리 핵시험장 폐기 사찰을 수용한 것은 국제사회에 ‘미래 핵’을 폐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조치로 해석된다. 다만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한 사찰단 참석 문제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미·북은 비핵화의 구체적 방안 및 국제핵사찰단 방문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급 대화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실무 대화에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나설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선 “세부 사항 합의에 상당히 근접했다”면서도 “때론 그 마지막 ‘인치’를 좁히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은 핵 사찰 수용과 함께 우방국인 중국, 러시아와의 공조를 강화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조만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이 이뤄질 전망이며,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도 열려 있다”며 “한반도에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중·일·러 주변 3국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면서) 동북아시아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국가 간 세력균형의 틀이 바뀌고, 냉전체제 흐름도 바뀌어가고 있다는 취지의 말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으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조기에 열릴 수 있는 분위기와 여건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이 다음달 6일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 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채연/손성태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