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종합상황실 현판식에서 국정감사 중점과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종합상황실 현판식에서 국정감사 중점과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특별대책단 등을 가동해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정부도 관계부처 합동으로 가짜뉴스를 색출하는 등 당정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해칠 우려가 있다는 야당의 반발이 맞서면서 관련 입법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도 뜨거워지고 있다.

◆가짜뉴스에 ‘칼’ 빼든 당정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가짜뉴스 대책단’(위원장 박광온)을 가동해 유튜브 및 페이스북을 활용한 1인 미디어 뉴스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또 명예훼손 등 가짜뉴스와 관련된 법령을 재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국무총리실 산하 민정실장 중심으로 경찰청·방송통신위원회·법무부 등 관계 부처와 합동으로 대대적인 사정 단속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가짜뉴스에 대해 형법상 명예훼손죄, 정보통신망법·전기통신사업법상 불법정보 유통 조항 등을 적용해 처벌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달 12일 특별단속을 시작해 지금까지 37건을 단속했다”며 “이 가운데 21건은 삭제·차단 요청했고 16건을 내사 또는 수사 중”이라고 했다. 정부는 형법상 명예훼손죄, 정보통신망법·전기통신사업법상 불법 정보 유통 조항 등에 대해 처벌을 강화할 계획이다.

당·정 '가짜뉴스와 전면전' 돌입…한국당 "표현의 자유에 재갈" 반발
정부·여당이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까닭은 유튜브 등에서 보수 성향의 영향력이 커지는 데 대한 불만 때문이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정규재TV(26만7000명)·신의한수(23만3000명)·황장수 뉴스브리핑(22만5000명) 등 야권 성향의 1인 미디어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 2일 이낙연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국가 안보 및 국가원수와 관련한 턱없는 가짜뉴스가 나돈다”며 “표현의 자유 뒤에 숨은 사회의 공적이자 공동체 파괴범”이라고 주장했다. 이 총리 역시 호찌민 전 베트남 국가주석 방명록에 ‘주석님…’이라고 쓴 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주석’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가짜뉴스 공세를 받은 뒤 검경에 “신속히 수사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커지는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당·정 '가짜뉴스와 전면전' 돌입…한국당 "표현의 자유에 재갈" 반발
일각에서는 가짜뉴스의 정의 자체가 모호한 상황에서 정치적 편향성이 처벌의 잣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박광온 민주당 최고위원은 올해 5월 ‘명백한 가짜뉴스를 24시간 안에 삭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가짜정보 유통방지법’을 발의했다. 그는 4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짜뉴스를) 검경 수사로 엄정하게 처벌하고 또 방통위는 미디어를 심사할 때 가짜뉴스를 어떻게 다뤘는지 엄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정부가 쓴소리를 외면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것 아니나며 반발하고 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공직자에 대한 비판은 조금 지나친 면이 있더라도 표현의 자유를 위해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가짜뉴스를 처벌할 수 있다며 민주당의 법개정 방침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도 ‘가짜뉴스 방지법’이 정치적으로 남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천안함 폭침이나 세월호 사건에서 보듯 어느 시대든 유언비어가 나돌게 마련”이라며 “가짜뉴스를 엄격하게 통제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침해를 부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터넷에 표현물을 게시한 사람에 대한 절차적·법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