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일 방북 직후 청와대를 찾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전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면담한 뒤 곧바로 경기 오산 미군 공군기지를 통해 한국에 도착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방북 직후 청와대를 찾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전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면담한 뒤 곧바로 경기 오산 미군 공군기지를 통해 한국에 도착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미국과 북한이 7일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놓고 주고받기식 담판을 벌였다. 3개월 만에 머리를 맞댄 양측은 서로 ‘선(先) 비핵화’냐 ‘선(先) 종전선언’이냐를 두고 팽팽히 맞서온 것과 달리 상당 부분 진전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 맞교환 외에 ‘플러스 알파’ 조치와 관련해서도 일부 의견 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 조치와 종전선언 ‘맞교환’ 진전

이날 오전 평양에 도착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곧바로 북측 카운터파트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등과 만나 비핵화 협상에 들어갔다. 양측은 이날 오찬 회동을 함께하며 비핵화,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포괄적으로 논의했다. 방북에 동행한 미국 관리는 방북을 마친 뒤 “지난번보다 성과가 좋았다”며 폼페이오 장관의 7월 3차 방북 때와 달리 비핵화 협상에서 일정한 진전을 이뤘음을 시사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북한 방문이 상당히 좋았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 아직 할 일이 상당히 많지만 오늘 또 한걸음 내디뎠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미·북은 이날 협상에서 북한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약속한 영변 핵시설 폐기와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로 종전선언을 맞교환하는 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변 핵시설 폐기와 관련해 영변 5㎿ 원자로, 재처리시설, 우라늄 농축시설 등을 폐쇄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요원 방북을 수용하는 등 더 구체적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2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종전선언 시기, 주체 등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방북에 앞서 기자들에게 “최종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FFVD)가 완수되면 평화협정을 맺을 수 있을 것이며, 여기에 중국도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플러스 알파’ 조치도 논의한 듯

양측은 나아가 서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플러스 알파’를 둘러싼 추가 협상에서도 의견을 좁혔다. 플러스 알파로는 대북제재 완화, 연락사무소 개설 등이 거론돼 왔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북한과 특정 시설 및 특정한 무기 시스템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고, 북한은 최근 들어 줄기차게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해왔다. 다만 미국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직전 또다시 대북 독자 제재 카드를 꺼내들며 제재 고삐를 쥐었다는 점에서 미국이 대북제재 완화 요구를 받아줬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대신 개성공단 사업,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한 경제협력 사업의 길을 터주기 위해 일부 제재 적용의 예외를 인정하는 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미·북은 이날 논의를 토대로 오스트리아 빈에서 실무 협상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미측의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작업이 될 것”이라는 언급을 감안하면 향후 비핵화 논의에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미·북 정상회담 일정도 접근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면담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서울로 돌아와 트위터에 김정은 면담 사실을 공개하며 “우리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것들에 계속 진전을 이뤄갈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3차 방북에서 비핵화를 놓고 북한과 신경전을 벌인 탓에 김정은과의 면담이 불발된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비핵화 협상에서는 상당 부분 진전이 있었다는 방증이다.

미·북은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날짜와 장소에 관해서도 대략적인 논의를 마쳤다. 북한은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조정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11월6일 이전을, 트럼프 행정부는 정상회담 성패 논란 등을 감안해 중간선거 이후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예상보다 빨리 성사된 점을 들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미국 중간선거일인 다음달 6일 이전에 열릴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장소는 1차 때처럼 유럽 등 제3국 개최나 판문점 개최 방안 등이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후 7시부터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해 방북 결과를 설명했다. 이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실무만찬을 하면서 방북 결과를 공유하고 한·미 간 의견 조율에 나섰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일본 도쿄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담을 하고 “FFVD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미 국무부가 밝혔다. 그는 8일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 측 카운터파트와 방북 결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