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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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의 댓글공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공작을 총지휘한 혐의를 받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을 5일 구속했다.

조 전 청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영장심사 이후 서울 남대문경찰서로 이송돼 구금 상태로 대기하던 조 전 청장은 영장 발부와 함께 구속 수감됐다. 경찰 수사를 받다 경찰관에 수감된 사례는 조 전 청장이 처음이다. 전직 경찰 총수가 검찰에 구속된 전례는 몇 차례 있었다.

조 전 청장은 2010년 1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경찰청장으로 재직하면서 휘하 조직을 동원, 주요 사회 현안과 관련해 정부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온라인에서 대응 글 3만3000여건을 달게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그는 전국 보안사이버요원과 서울경찰청·일선 경찰서 정보과 사이버 담당, 온라인 홍보담당 등 1500여명을 동원해 천안함 사건, 구제역 사태,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현안 관련 댓글·트위터 글을 작성하게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 수사단은 조 전 청장이 가명 또는 차명 계정이나 외국 인터넷 프로토콜(IP), 사설 인터넷망 등을 이용해 일반 시민으로 가장한 뒤 정부와 경찰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인터넷 상에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수사단은 그간 확보한 관련자 진술로 미뤄 댓글공작으로 작성된 글은 총 6만여건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실제 수사단이 확인한 글은 1만2800여건이다.

앞서 조 전 청장은 앞서 2차례 경찰 피의자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결국 구속을 피하진 못했다. 수사단은 댓글공작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전직 경찰 고위직 3명과 현직 1명의 구속영장도 신청했지만, 법원은 구속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모두 기각했다.

수사단은 조 전 청장 등 관련자들의 혐의를 추가 조사한 뒤 사건을 검찰로 송치할 예정이다. 조 전 청장은 과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뒤 항소심에서 재수감된 전력도 있다.

그는 이후 부산지역 건설업체 대표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도 기소됐다. 1심에서 무죄를, 항소심에선 실형을 각각 선고받았으나 법정구속되진 않았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