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씨와 결혼식 전날 인터뷰…"남북교류의 미래 성과에 대해 소통해야"
"지금 기회 놓치면 여러 세대 지나야 다시 기회올 것"
"독일 통일은 지속해야 할 프로세스"…"한국, 통일 짐 짊어질 여력이 된다"
[인터뷰] 슈뢰더 "남북교류 확대가 중요…통일은 장기 프로세스의 결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4일(현지시간) "남북한은 인적교류가 단절되지 않고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그 결과로 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김소연 씨와의 결혼식 전날 독일 수도 베를린 자택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통일은 시간을 갖고 해야 하는 것으로, 장기적 프로세스의 결과"라며 "현재 언제, 어떻게 통일이 될지 논의하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옛 서독이 그랬듯이 한국도 충분히 통일과 관련해 짐을 짊어질 여력이 된다"라며 "국민에게 역사적인 의미와 큰 그림에서 나타날 성과, 결과에 대해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한국 정치에 조언했다.

특히 그는 "지금 기회를 놓치면 이런 기회가 다시 오기까지 여러 세대의 시간이 흐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슈뢰더 전 총리는 "독일의 경우 옛 동서독 지역 간의 경제적 격차는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라며 "통일은 결코 한 세대 내에서 완료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속해야 할 프로세스"라고 말했다.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 소속인 슈뢰더 전 총리는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총리를 지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올해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남북관계가 급진전하고 있다.

교류협력이 본격화될 시점인데, 조언해줄 점이 있는가.

▲ 현재 문재인 대통령이 펼치는 정책이 올바른 길을 향해 가고 있다.

핵심은 긴장완화를 통해 남북한 사람들이 서로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독일 통일의 경우에도 사전에 오랜 기간 인적교류를 했다.

남북한은 인적교류가 단절되지 않고 확대될 수 있도록 하고, 이것이 하나의 프레임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긴장이 더욱 완화될 수 있고 그 결과로 통일을 이룰 수 있다.

--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등 남북 정상 간의 만남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것은 하나의 프레임이다.

이런 프레임이 만들어져야 인적교류가 된다.

이는 첫 발걸음이자 매우 중요한 발걸음이다.

하나의 프로세스가 만들어지고 이 프로세스가 원활하게 굴러간다면 결과적으로 통일을 이룰 수 있다.

-- 현재는 위기에 빠졌던 한반도에 오랜만에 평화의 기운이 깃들면서 내부 갈등이 상당히 누그러졌지만, 교류협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퍼주기' 논란 등 남남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정치에서 만병통치약, 이상적인 정책은 없다.

어떤 정책을 펼치든 비판의 목소리는 항상 있기 마련이다.

전체적인 정책의 기조가 무엇인지, 사회에서 다수의 지지를 받느냐가 중요하다.

정치인들은 정책이 결론적으로 가져올 성과를 설명해야 한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산업이 발달한 국가 중 하나다.

옛 서독이 그랬듯이 한국도 충분히 통일과 관련해 짐을 짊어질 여력이 된다.

국민에게 역사적인 의미와 큰 그림에서 나타날 성과, 결과에 대해 소통할 필요가 있다.

모두는 아니더라도 다수가 동의하도록 하는 게 정치인의 역할이다.

지금 기회를 놓치면 이런 기회가 다시 오기까지 여러 세대의 시간이 흐를 수 있다.

지금은 한국이 한반도의 평화 프로세스를 잘 이끌어나갈 국가라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줄 기회다.

또한, 한국의 정치, 경제, 문화계의 지도인사들이 지금 현재의 과업에 대해 인지하고 이것이 세계평화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단기적으로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독일은 통일을 통해 경제적으로 강해졌다.

한국도 그럴 것이다
-- 앞에서 교류·협력의 결과로 통일이 오게 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과거 서독은 통일을 목적으로 두지 않았다.

한국도 통일은 결과일 뿐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인가.

▲ 독일은 빌리 브란트 전 총리와 외교전략가 에곤 바 등이 1960년대 중반부터 긴장완화 정책을 기초로 다져서 1970년대 초까지 일관성 있게 추진했다.

이렇게 시작된 긴장완화 프로세스가 20여 년이 흘렀고 그 결과로 통일에 이르렀다.

20년의 세월 속에서 통행협정으로 동서독 사람들이 왕래하는 등 인적교류 프레임이 형성됐다.

그러다 보니 이질감이 극복됐다.

지금 남북한 정상이 서로 만나고 소통하는 프레임을 만들었다.

이 프레임이 끊임없이 작동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지 통일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통일은 시간을 갖고 해야 하는 것으로, 장기적 프로세스의 결과다.

-- 한국에서 남북 간 관계가 무르익을수록 통일체제 방안을 놓고 논란이 벌어질 수 있는데, 이런 논쟁은 무의미하다고 보는 것인가.

▲ 옛 서독에서도 통일 과정 및 통일 시 국가체제에 관해 토론하고 계획을 세우고 헌법도 개정하자는 논의도 있었다.

그런데 동구권의 몰락이라는 역사적인 큰 변화가 있었고, 헬무트 콜 당시 총리가 지혜롭게 기회를 잘 포착해 동독을 서독에 편입시키는 방식으로 통일을 이뤘다.

당시 이보다 더 좋은 대안은 없었다.

긴장완화 정책의 프로세스가 잘 작동한 점이 같이 맞물린 결과이기도 하다.

한반도에서 지금은 어떻게 언제 통일이 될지 논의하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3일 통일 28주년 기념식에서 '통일은 완성되지 않았고 머나먼 길이다.

서로 경청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독일 통일은 여전히 진행형인가.

▲ 옛 동서독 지역 간의 경제적 격차는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통일은 결코 한 세대 내에서 완료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속해야 할 프로세스다.

이번에 독일 내 신혼여행을 부인의 요청에 따라 옛 동독지역을 여행하기로 했다.

한반도의 분단 상황을 생각해 통일 이후 동독지역이 어떤지 보려 하는 것이다.

최근 켐니츠 사태(극우세력의 폭력시위)가 있었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옛 동독지역에서 경제적, 문화적으로 긍정적인 발전상이 있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 한국에서도 500여 명의 예멘 난민 문제로 사회적 논란이 컸다.

남북교류가 본격화됐을 때 남북 주민들 간 이질감이 표면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난민 문제와 남북한 주민 간의 이질감 문제는 비슷하지만 동일시하기 어렵다.

독일에도 2차 세계대전 후 (영토 축소로) 러시아와 동유럽에 살던 독일인들이 대거 몰려왔지만, 통합에 큰 문제가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와 문화다.

남북한 주민들은 소통할 수 있다.

난민의 경우 언어적 문화적 차이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어려운 문제다.

-- 슈뢰더 전 총리가 재임 시절 추진했던 하르츠 개혁이 독일 경제를 살려놓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시간이 많이 흘렀고 사회민주당 일각에서는 기본소득제 도입을 주장하기도 한다.

▲ 한마디로 하르츠 개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것이 고령화다.

어떤 사회가 문제에 직면했을 때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당시 독일은 고령화가 심각해 연금 수령자와 병원 이용인구가 많아졌다.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한국도 차이는 있겠지만, 고령화의 문제에서 당시 독일과 상황이 비슷하다.

한국은 기다리기보다 단호하게 행동해야 할 때다.

기다릴수록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유의해야 할 점은 이런 프로세스를 시작할 때 경제활동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

정부는 기업뿐만 아니라 노조와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