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시사 채널 영향력 확대…왜곡정보 생산·유통 경로 활용 우려
전문가 "언론·전문기관 팩트체크 강화…정부·학계 등 공동 노력 필요"
[팩트체크] 유튜브로 퍼지는 가짜뉴스… '믿거나 말거나' 낭설 넘쳐
유튜브의 정치·시사 채널이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보수 성향 정치·시사 채널 중 상위 5개 채널의 구독자 수를 합산해 보니 2일 기준 101만4천여명으로 작년 8월(34만6천여명)보다 3배 가까운 규모로 증가했다.

이들 채널이 게재한 동영상의 누적 조회 수는 2억2천만뷰에 이른다.

이중 구독자 수가 가장 많은 채널은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다.

이 채널의 구독자 수는 26만3천여명으로 KBS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27만3천여명)와 엇비슷하다.

2012년 2월 개설한 이 채널은 최근 구독자 수가 급증하는 추세인데 지난해 8월 13만2천여명에서 1년여 만에 두 배로 불었다.

우파 논객 신혜식씨가 운영하는 '신의 한 수'와 '황장수의 뉴스브리핑'의 구독자 수도 각각 22만5천여명, 22만2천여명으로 20만명을 넘어섰고, '조갑제TV'(15만3천여명), '뉴스타운TV'(14만9천여명)가 각각 뒤를 이었다.

진보 성향 정치ㆍ시사 채널은 상대적으로 세가 약하다.

구독자가 가장 많은 미디어몽구의 구독자 수가 17만2천여명이며, 딴지방송국과 닷페이스가 각각 11만9천여명, 11만5천여명이다.
[팩트체크] 유튜브로 퍼지는 가짜뉴스… '믿거나 말거나' 낭설 넘쳐
문제는 이러한 채널 일부가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신의 한 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미국 관료가 영접을 나오지 않았다면서 푸대접을 받았다고 방송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미국 정부의 의전 규정에 따라 역대 우리 대통령이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을 때와 같은 수준의 편의를 제공받았다.

이 방송은 문 대통령이 평양에서 건강 이상 징후를 보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뉴스타운TV'는 지난 7월 '노회찬 의원 타살설'을 가장 먼저 제기했다.

당시 이용식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채널에 출연해 "(노회찬 의원이) 마취를 당하거나 죽임을 당한 상태에서 떨어졌다"며 "부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발언은 속칭 '찌라시'로 만들어져 메신저를 통해 널리 퍼졌으며, 일부 종합편성 채널은 이 교수의 발언을 인용 보도하기도 했다.

유튜브가 가짜뉴스의 생산·유통 기지로 활용된 셈이다.
[팩트체크] 유튜브로 퍼지는 가짜뉴스… '믿거나 말거나' 낭설 넘쳐
유튜브 이용자들도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

지난 8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대 이상 성인 1천2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4.0%가 '허위정보 혹은 가짜뉴스로 판단되는 유튜브 동영상을 직접 보거나 전달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73.8%가 '한국 사회에서 유튜브를 통한 허위정보 혹은 가짜뉴스로 인한 문제점이 매우 심각하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그러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유튜브는 현행 방송법의 규제 대상이 아니다.

이에 따라 유튜브는 증오심 조장, 선정적 콘텐츠 등을 제한하는 자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신고가 들어오면 조처를 하는 수준에서 게시물을 관리하고 있다.
[팩트체크] 유튜브로 퍼지는 가짜뉴스… '믿거나 말거나' 낭설 넘쳐
전문가들은 당장 플랫폼을 규제하기보다는 가짜뉴스 확산 방지를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조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글로벌 미디어를 국내에서 규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기존 언론이) 가짜뉴스를 팩트체크를 해 널리 알리고, 사람들이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매체를 심리적으로 외면할 수 있도록 정부, 학계 등 여러 기관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수석연구위원도 "연구 결과 가짜뉴스 문제 해결을 위해 언론 및 전문기관의 팩트체크와 같은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