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사회·포용국가 실현위한 사회정책 강조하는 문대통령 철학 반영
교육수장 공백 장기화도 당연히 부담으로 여겼다는 관측
청문보고서없이 임명된 4번째 국무위원…높은 지지율 업고 임명했으나 협치 숙제
문 대통령, 유은혜 임명 강행…'사회부총리로 중심 잡기'도 주문
문재인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가운데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임명했다.

김상곤 전 장관의 후임으로 유 장관을 지명한지 33일 만이다.

위장전입과 정치자금 허위보고 등의 의혹을 두고 야권의 반대가 거센데도 문 대통령이 유 장관의 임명을 강행한 것은 무엇보다 교육수장의 공백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유 장관이 내정됐을 당시, 교육계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등 정부의 교육 공약이 상당히 후퇴한 점을 고려할 때 적극적으로 개혁을 추진하기보다는 교육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힘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유 장관이 맞닥뜨려야 할 교육 분야의 현안이 적지 않다.

당장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과 이로 인한 후폭풍 수습, 고교학점제와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 추진 등이 그것이다.

안정감 없는 교육 정책을 이유로 보수 진영은 물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진보성향 교원·시민단체 등이 반발하고 나선 상황에서 정책의 중심을 잡는 게 급선무인 만큼 문 대통령은 유 장관의 임명을 더 늦춰서는 안 된다고 봤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유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교육의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은 다 공감하지만 생각의 방향은 다 달라 어렵다"면서 교육의 완전국가책임제, 고교무상 교육 등의 공약을 차질없이 이행해달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 "사회부총리로서 교육뿐만 아니라 문화·체육·복지 등부터 노동까지 사회 전 분야에서 포용사회·포용국가로 갈 수 있는 중심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부총리는 그동안 경제부총리보다 주목도가 떨어졌다.

따라서 사회정책을 강조하는 문 대통령 입장에선 유 장관 임명을 계기로 분위기를 쇄신해 사회 분야 국정 동력을 살리는 것이 중요했을 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인사청문 과정에서 제기됐던 의혹이 충분히 해명됐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비춰 공직을 수행하기에 적격하지 않을 만큼은 아니라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유 장관의 임명을 강행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배경에는 최근 들어 반등한 국정수행 지지율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유 장관을 후보자로 내정한 뒤 한동안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고용지표 악화 등으로 내리막 추세를 보였으나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기점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 수치는 뚜렷하게 반등세를 나타냈다.

결국, 유 장관을 임명한 것은 높은 국정지지율을 등에 업고 자신의 구상대로 국정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그러나 유 장관의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문 대통령이 짊어져야 할 부담 역시 작지 않다.

유 장관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이어 현 정부 들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네 번째 국무위원이 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이효석 방송통신위원장도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고위공직자다.

국회가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임명에 반대의 뜻을 밝혔는데도 공직에 임명하는 사례가 반복돼 행정부가 입법부의 권위나 여론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박근혜 정부 시절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나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될 때 야당이었던 현 여당은 '청문 절차를 요식행위로 취급하는 것'이라며 이를 강하게 비난한 바도 있다.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국회가 국민의 뜻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으나 유 장관의 임명에 반대하는 야당의 뜻을 국민의 여론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생각한다"며 "야당을 중심으로 한 반대여론이 절대다수인가에 의문이 있다"고 반박했다.

김 대변인은 "과거 정권의 장관 후보자들에게 제기된 문제와 유 장관에 제기된 문제를 엄격한 저울에 달아서 평가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 장관의 임명 소식이 알려지자 자유한국당이 이를 규탄하는 긴급 의원총회를 여는 등 협치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점 역시 청와대가 풀어야 할 숙제가 됐다.

정기국회 기간에 처리해야 할 민생·개혁입법은 물론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야당의 반발이 거세질수록 문 대통령의 국정 구상 역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지적에도 김 대변인은 "앞으로 (입법, 예산 등) 사안마다 야당과 긴밀히 소통하고 국민의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하지만 야당이 이에 얼마나 협조적으로 응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남북·한미정상회담의 결과를 공유하고자 여야 지도부와의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는 만큼 회동이 성사되면 유 장관의 임명은 물론 국정에 협력을 당부할 것이라는 전망도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