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개 마루
풍산개 마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풍산개 암수 한 쌍을 선물하면서 청와대 입성한 반려견이 네 마리로 늘었다.

청와대는 지난달 30일 "9월 18~20일 개최된 평양 남북 정상회담 때 북측으로부터 풍산개 암수 한 쌍을 선물로 받았으며 동물검역 절차를 마치고 지난 27일 판문점에서 인수했다"고 밝혔다.
북에서 온 평양남북정상회담 선물 풍산개 '송강'  (사진=연합뉴스)
북에서 온 평양남북정상회담 선물 풍산개 '송강' (사진=연합뉴스)
북측은 개들이 잘 적응하도록 먹이 3㎏도 함께 보냈다. 풍산개는 북한 천연기념물 제368호로, 이번에 선물받은 수컷 ‘송강’이는 2017년 11월생, 암컷 ‘곰이’는 2017년 3월생이다.

곰이와 송강이는 앞으로 대통령 관저에서 지내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기존의 반려견 마루, 토리와 함께 '퍼스트도그'가 됐다.

평양 남북 정상회담 첫날인 18일 목란관 만찬 전에 김 위원장 부부는 문 대통령 부부에게 풍산개 한 쌍의 사진을 보이며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는 "이 개들은 혈통증명서도 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11살된 반려견 마루 역시 풍산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전부터 마루와 고양이 찡찡이를 키웠었고, 집권 후 유기견 출신 토리를 입양하며 관저에서 함께 살아왔다.
마루·토리 이어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까지 청와대 입성…대통령의 반려견 역사
'퍼스트캣' 찡찡이는 문 대통령의 딸 다혜 씨가 길 잃은 고양이를 입양해 기르다 결혼하면서 두고 가면서 2007년부터 문 후보가 맡아 기르고 있다. 새침하고 자주 찡찡거린다고 해서 '찡찡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역대 대통령들의 반려동물 사랑은 어느 정도였을까.

이승만 전 대통령은 유명한 애견가였다. 미국에서 킹찰스 스패니얼 강아지 네 마리를 데려와 키웠다. 사랑이 지극해 가족사진을 강아지들과 함께 찍기도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강아지 사랑이 남달랐다. 백구와 황구, 스피츠, 치와와 등 다양한 종류의 반려견을 키운 것으로 전해진다. 그 중 스피츠 '방울이'가 가장 유명하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진돗개 '송이'와 '서리'를 키웠다. 전 전 대통령은 두 강아지를 매우 아껴 직접 밥을 챙기고 산책도 시키며 정성을 들였다.

하지만 두 진돗개는 2003년 전 전 대통령의 재산압류 당시 경매대상으로 나왔다. 순종이 아니란 이유로 각각 40만원의 감정가를 받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요크셔테리어 네 마리를 키운 것으로 전해졌다.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때도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자주’와 ‘단결’이란 이름의 풍산개 한 쌍을 선물받았다. 청와대는 이름을 ‘우리’와 ‘두리’로 바꿨다. 우리와 두리는 그해 11월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보내져 2013년까지 살다 자연사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봉하마을에서 보더콜리 종인 '누리'와 함께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삽살개 '몽돌이'를, 대통령 시절엔 황구 '청돌이'를 키웠다.

어린 시절 키우던 '방울이'를 가장 예뻐했던 것으로 알려진 박근혜 전 대통령도 퍼스트도그 새롬이와 희망이를 키웠으나 파면 후 '유기'논란에 휩싸였다.

박 전 대통령이 취임식 날 사저를 나오면서 주민인 삼성동의 한 부부로부터 진돗개 새끼 한 쌍을 선물받았다.
새롬이와 희망이
새롬이와 희망이
그 뒤, 새롬이와 희망이라고 이름이 붙은 두 새끼는 쑥쑥 자라며 청와대 페이스북의 스타가 됐다. 2015년 8월 새끼 5마리를 낳자 청와대 홈페이지에 사진을 올리고 페이스북을 통해 이름을 공모했다. 새해 업무보고에서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진돗개 정신’을 강조한 적도 있다.

하지만 헌재로부터 파면을 당한 지난해 3월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새롬이·희망이’ 가족 9마리를 데리고 가지 않았다.

나중에는 두 진돗개가 청와대로 들어간 것부터 치밀하게 기획된 홍보 이벤트였다는 사실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특검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드러났다.

삼성동 부부가 선물한 진돗개 한 쌍은 알고보니 대통령취임준비위 측에서 진도 한 농장에 요청해서 받았던 것이다.

정호성 청와대 전 부속비서관이 최순실에게 보낸 ‘진돗개.hwp'라는 문서 파일에는 ‘누리 & 보듬’, ‘행복 & 희망’, ‘새롬 & 이룸’, ‘해치 & 현무’ 등 후보가 적혀 있었고 끝내 이름은 새롬이와 희망이로 낙점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면서 진돗개 혈통을 잘 보존하고 관리해달라고 당부를 하고 갔다"고 말했다. 새롬이와 희망이는 곧바로 경기 광주 소재의 ‘진도개혈통보존협회’의 종견장으로 보내졌고 새끼들은 일반 가정에 분양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