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올해 유엔총회 연설은 국제사회에 북한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를 촉구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최근 평양에서 열린 남북한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밝힌 비핵화 의지를 전하며 유엔에서도 대북 제재 해제 등의 상응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연설은 1년 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지난해 9월 같은 자리에서 “북한이 스스로 평화의 길을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북한의 변화를 촉구한 바 있다. 또 “최근 북한은 국제사회의 일치된 요구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6차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우리 모두에게 말할 수 없는 실망과 분노를 안겼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이끌어낸 문 대통령은 이날 “지난 1년 한반도에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며 평화의 물꼬를 텄고, 핵능력을 과시하는 대신 평화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변화를 확신한다며 북한이 국제사회 일원으로 나설 수 있도록 유엔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이 올바른 판단임을 확인해줘야 한다”며 “국제사회가 길을 열어준다면 북한이 평화와 번영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유엔이 채택한 결의들을 지키면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함께할 수 있도록 성심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관련국의 조치가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며 “남·북·미 역시 정상들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걸음씩 평화에 다가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출발하기 전부터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유엔에서도 대북 제재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유엔 제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고, 제재를 위한 제재가 아니라 비핵화를 실현하는 제재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반도의 평화가 동북아 발전을 위해 중요한 요소임을 부각시켰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정착은 동북아 평화와 협력 질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며 “한반도에서부터 동북아의 갈등을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