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구체적 비핵화 조치 '아직'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
문대통령 보증에도 北 비핵화 의지가 美 만족 수준 아닐 수 있다는 관측
논의했는데 발표 못 한 美 상응조치…상황평가 얼마나 다른가
제73차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다섯번째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가 논의됐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4일(현지시간)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북한이 요구한 (비핵화 관련) 미국의 상응조치를 어떻게 취할지를 한미 정상이 논의했는가'라는 물음에 "그렇게 이해하면 된다"고 대답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상응조치'와 관련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어느 정도까지 진전됐는지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북한이 요구하는 대표적인 상응조치를 꼽으라면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완화를 들 수 있다.

그 어느 쪽이건 미국이 상응조치에 미온적이었다면 그 이유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상응조치를 취할 만큼 구체적이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설명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보증했을 수는 있으나 종전선언의 조건으로 핵신고를 요구해 온 미국이 '핵시설을 폐기하겠다'는 북한의 입장을 '말로만'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각의 조치를 분리해 생각해보자면 상대적으로 진도가 더 나간 조치는 종전선언으로 보인다.

6·12 북미정상회담 후 북한은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미사일 엔진 실험장과 발사대 폐기를 추진하면서 종전선언을 꾸준하게 요구해 왔다.

미국과 지속해서 소통 중인 문 대통령이 '연내 종전선언'을 이루겠다고 선언한 만큼 이를 두고는 남북미 간에 서로의 인식을 대체로 공유하고 일정 부분 공감대를 이뤘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실제로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종전선언과 관련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양 정상 사이에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상응조치 이행을 선뜻 약속하지 못하는 것은 대북제재 완화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한미 정상이 이날 회담에서 대북제재 완화 문제를 논의했으나 새로운 접근이나 다른 방식의 제재가 논의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현재 북한에 가해진 제재에 어떤 형태로든 변화를 주는 것은 이야기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읽힌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뉴욕으로 출국하기 전 한미정상회담과 유엔총회 등에서 대북제재 완화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21일 기자들을 만나 "'제재를 위한 제재'가 아닌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제재가 돼야 한다"며 "비핵화의 구체적 조치가 실현돼 남북관계에 장애가 되는 제재에 긍정적 영향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미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외교가에서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 때 북측이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를 새로이 꺼낸 만큼 상응조치 차원에서 제재 완화를 원하리라 전망하기도 했다.

문제는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북한 역시 영변 핵시설 폐기의 조건으로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는 점이다.

결국 상응조치를 먼저 원하는 북한과 '현재 핵' 폐기를 먼저 원하는 미국 사이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논쟁이 또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1일 "커다란 진전이 있지만 우리는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하는 시점까지 경제 제재를 계속해야 한다"며 대북제재의 필요성을 거듭 확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