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지연 초대소 호수 앞에서 ‘찰칵’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이설주가 20일 삼지연 초대소 호수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호수 위에 있는 다리를 걷는 등 주변을 단둘이 산책했다. /백두산사진공동취재단=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삼지연 초대소 호수 앞에서 ‘찰칵’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이설주가 20일 삼지연 초대소 호수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호수 위에 있는 다리를 걷는 등 주변을 단둘이 산책했다. /백두산사진공동취재단=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올해 안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측에 태극기 부대 같은 게 있는데 상관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은 만찬 도중 러브샷을 하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문 대통령 비핵화 발언에 평양 시민 ‘주춤’

지난 18~20일 2박3일간 평양에서 열린 남북한 정상회담에 동행했던 특별방문단은 21일 이 같은 후일담을 털어놨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김정은이 서울 답방에 대해 ‘많은 사람이 답방을 가지 말라고 하지만 나는 가겠다. 태극기 부대가 조금 반대하는 건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또 “문재인 대통령이 능라도 5·1체육관에서 15만 명 군중 앞에서 연설하며 ‘한반도의 비핵화를 완전히 합의했다’고 얘기하니까 (평양 시민들이) 약간 주춤했다”고 했다. 이어 “그러더니 순간적으로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지고 함성이 나왔다. 비핵화에 대해 북한 주민도 적극 찬동하고 있다는 게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소개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송 장관과 노광철이 러브샷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송 장관과 노광철은 19일 남북 군(軍)을 대표해 모든 적대 행위를 중지한다는 내용의 ‘군사분야 합의서’에 서명한 당사자들이다. 일각에선 아직 종전선언조차 하지 않은 대치 상황에서 송 장관의 행동이 적절치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정은에게 이별주 건넨 이재용

북한이 2박3일로 예정됐던 정상회담 일정을 하루 연장하자고 제안한 사실도 공개됐다.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측 관계자로부터 문 대통령이 백두산 방문을 마치고 삼지연 초대소에 내려오면 혹시라도 더 머무를 수 있으니 특별히 준비해 놓으라는 얘기를 듣고 준비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북측이 남측 방문단 200여 명이 머물 수 있도록 삼지연 초대소를 비우고 (식사와 잠자리를 준비한 뒤) 우리 측에 제안한 것으로 안다”며 “그런데 우리 쪽 사정으로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19일 백화원 영빈관 앞 정원에서 기념식수 행사 당시 표지석에 문 대통령의 방문 기간이 20일까지가 아니라 21일까지로 표시되면서 문 대통령이 평양에서 하루 더 머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김정은이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손가락 하트 자세를 취하며 기념촬영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김 대변인은 “김정은 부부가 사진을 찍을 때 문 대통령의 특별방문단 요청으로 하트 모양을 취했다”고 했다. 김정은은 손하트 모양을 했고, 부인 이설주는 그 하트를 손으로 받치는 자세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은 하트 만드는 법을 듣고 “나는 모양이 안 나옵네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삼지연 초대소에서 열린 마지막 오찬에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4대 그룹 관계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김정은에게 작별의 술잔을 권했다고 김 대변인은 회상했다. ‘김 위원장이 작별주를 전부 마셨느냐’는 기자의 물음엔 김 대변인은 “그때그때 달랐다”고 했다.

◆北 내각 부총리 “경제 어렵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북한 경제정책 수장인 이용남 내각부총리에 대해 “굉장히 화통했다”고 털어놨다. 김 보좌관은 “촬영카메라가 빠진 후 남측 경제인들에게 속마음을 다 털어놓고 솔직하게 대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북한)경제가 어렵다는 점도 말하고, 남한이 나중에 많은 것(기술)을 이전해 달라는 얘기도 거침없이 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이용남이 주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박용만 회장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며 “북한이 현대아산에 대한 일종의 존경심 같은 게 있다”며 “(남북교류) 초기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에 많은 도움 준 것에 대한 감사함 같은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집계한 2박3일간 문 대통령이 북한에 머문 시간은 총 54시간이다. 이 가운데 김정은과 함께한 시간은 17시간5분, 공식 회담은 두 번에 걸쳐 3시간52분간 이뤄졌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