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박3일간의 이번 정상회담 기간에 전례 없이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매일 6시간씩 18시간가량의 공식 일정을 수행했고, 다섯 번의 식사를 함께 했다. 두 사람이 긴밀히 대화를 나누고, 웃는 장면도 수차례 포착됐다. 과거 남북한 정상회담이 의전과 격(格)에 일부 제한이 있었던 것과 달리 ‘밀착 남북 회담’이 이뤄진 것이다.

남북 정상 20시간 만남·5번 식사·10번 공식행사
문 대통령은 회담 첫째날인 지난 18일 환영만찬 건배사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다정한 연인처럼 함께 손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었던 사이”라고 친밀감을 나타냈다. 청와대가 ‘전례 없는 예우’라고 강조한 김정은의 평양 순안공항 영접을 시작으로 평양시내 카퍼레이드도 함께했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의 숙소인 백화원 초대소에 한발 앞서 도착하고, 첫 회담 뒤 삼지연 관현악단의 환영공연이 열린 평양대극장에도 미리 나와 문 대통령을 맞이했다. 환영만찬과 공연장에서도 두 정상은 옆자리에 앉았다.

19일 둘째날 정상회담 및 평양선언이 이뤄진 장소는 북한의 심장부인 노동당사였다. 한 번도 국가 정상을 북한으로 초청해 회담한 적이 없는 김정은이 문 대통령을 극진히 예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날 두 정상은 평양 옥류관에서 냉면으로 오찬을 같이했다. 문 대통령이 “(평양냉면보다) 쟁반국수가 더 좋다”고 하자, 김정은이 “오늘 많이 자시고(드시고) 평가해 주십시오”라고 답하는 등 시종일관 부드러운 대화가 오갔다.

이날 저녁에는 문 대통령이 평양 시민을 만날 수 있게 마련된 자리인 대동강수산물식당 만찬장으로 김정은이 ‘깜짝 방문’을 했다. 자연스럽게 두 정상 부부가 한 테이블에 앉아 식사했고, 집단체조 ‘빛나는 조국’ 관람으로 이어졌다.

마지막날에도 문 대통령 부부는 삼지연공항에서 앞서 도착한 김정은 부부의 영접을 받았다. 백두산 장군봉으로 오르는 케이블카를 탈 때도 두 부부가 함께 앉았다. 백두산 ‘산보 대화’를 하고 천지 호수 앞까지 같이 갔다. 한 북한 전문가는 “두 정상이 서로의 표정과 행동을 관찰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보낸 점을 감안할 때 이제 김정은의 생각을 가장 정확히 읽는 사람은 문 대통령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두산공동취재단/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