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굉장한 편지를 받았고, 사흘 전에 편지가 전달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19일(현지시간) ‘9·19 평양공동선언’의 의미를 평가하면서 기자단 앞에서 꺼낸 말이다. 이 한마디는 ‘김정은 친서’가 언제 백악관에 전달됐는지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켰다. 지금껏 백악관이 공개적으로 밝힌 친서의 전달 시점은 대략 열흘 전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된 김정은의 편지를 “네 번째 친서”라며 공개했다. 정의용 특별사절단이 5일 평양에서 김정은으로부터 받아 온 편지였다. 백악관에 따르면 김정은은 이 서한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의 개최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친서’의 전달 시점은 ‘9·19 평양선언’ 발표 후 1시간여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글과 함께 여러 의문을 낳고 있다. 트럼프는 트위터 글의 첫 문장으로 “김정은이 핵사찰에 동의했다”고 썼다. “최종 협상에 달려 있지만”이란 전제를 달아 향후 미·북 2차 정상회담의 의제가 핵사찰이 될 것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김인한 콜로라도대 정치학과 교수는 “5조항으로 이뤄진 ‘9·19 평양선언’ 어디에도 ‘핵사찰’이란 표현은 없다”고 지적했다.

가능성은 크게 두 가지다. ‘제5의 김정은 친서’가 있다는 게 첫 번째 추정이다. 현재 미·북 간 대화 채널은 다양한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 한·미 간에도 평양 정상회담 직전까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수시로 전화통화를 했다. 실물 편지가 아니더라도 ‘친서’는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 김정은에게 핵사찰을 압박하려는 고도의 심리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착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틀린 적이 많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