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가 3일 20대 국회 후반기 정기국회에 맞춰 규제개혁 법안 처리를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입법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문한 규제개혁 1호 법안인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하는 모양새다.참여연대는 이날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가지 분야에 걸쳐 29개 개혁 입법정책과제와 함께 규제 개혁과 관련된 4개 반대과제를 발표했다. 반대과제로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규제샌드박스 5법 △규제프리존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핵심 개혁법안이 모두 담겼다. 참여연대는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제한)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이 심각한 경제구조에서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원칙”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이 같은 원칙을 무너뜨린다”고 주장했다.규제샌드박스 5법에 대해서는 “무분별한 규제 완화로 국민의 생명안전, 환경, 개인정보보호 등의 공익적 가치를 침해할 우려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참여연대는 대신 입법정책과제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기한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계약 기간 만료 이전 임차인의 강제퇴거를 방지하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촉구했다. 과도한 사유권 침해 논란으로 국회 심의과정에서 논란이 제기된 법안이다. 참여연대는 또 다주택자에게 부과하는 누진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종합부동산세법을 고치고, 보험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과 채권의 금액을 취득원가가 아닌 공정가액으로 평가받도록 보험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정치권에서는 이에 대해 당·정·청에 대거 포진한 참여연대 출신들을 압박해 개혁입법을 좌초시키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0일 참여연대를 비롯한 10여 개 시민단체가 국회 앞에서 규제개혁 관련 법안 병합 처리 여야 합의를 규탄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의 압박에 여당 의원들이 이탈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의 지난달 국회 처리가 무산됐다.야권 관계자는 “강성 시민단체의 요구에 밀려 문 대통령까지 나서 국회 처리를 요구한 개혁입법이 좌초될 경우 민주당은 집권당의 자격이 없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통령과 정부의 혁신성장에 대한 진정성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임락근/배정철 기자 rklim@hankyung.com
“정부도 블록체인을 패러다임 전환의 기술로 인식한다면서 기존 법령과 제도, 규제만 고수하면 어떡합니까. 가상화폐 공개(ICO) 금지 방침 철회가 어렵다면 ‘규제 프리존’을 시범운영하며 대안을 찾아보는 방법도 있습니다.”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ICO 금지로 인한 국부유출 현실과 대안’ 토론회를 연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은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 될 것이다. 부작용에 대한 정부의 조심스러운 접근은 이해하지만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암호화폐) 분야에서 한국이 뒤처지게 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올 초 비트코인 투기 논란이 이는 등 암호화폐에 대한 우려로 국내에서 ICO를 전면 금지, 연 1조원 단위 국부가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서다.영국·스페인·에스토니아 등 암호화폐 정책 선진국을 직접 다녀온 정 의원은 특정 지역(지브롤터)을 관련 특구로 운영하는 해외 사례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기존 관점에서는 새로운 기술이 사기나 범죄로 인식될 수도 있다”면서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정부는 여전히 보수적 입장을 취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재형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융합신산업과장은 “블록체인의 장점을 활용해 공공과 민간이 협력할 부분이 있고 정부도 역할을 하려 한다”고 전제한 뒤 “단 정부는 ICO의 경우 국민들 피해 가능성을 걱정스럽게 본다”고 말했다.안창국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도 “정부 가이드라인이 없어 해외에서 ICO 하고 국부가 유출된다고 하지만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독일 같은 나라도 스위스나 싱가포르에서 ICO를 하고 있다. 또 자국민 대상으로는 ICO를 규제하기도 한다”면서 “중국의 경우 ICO를 전면 금지했지만 블록체인 기술특허는 1위 국가다. 해외 사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에 대해 정 의원은 “어떤 정부 지원보다도 규제를 푸는 게 우선이다. 정부가 재정 지원한다면서 묶어두고 간섭하는 건 옳지 않다”면서 “특히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위해 이견이 있는 다른 정부 부처를 설득해야 할 과기정통부가 그래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그는 “물론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원천적으로 막아버리면 기술발전도 패러다임 전환도 불가능하다.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거듭 역설했다. 이어 “속 편하게 미국과 비교하면 안 된다. 이미 벤처 스타트업이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된 미국은 별다른 정부 지원이 필요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정부 인식대로 스위스나 싱가포르의 규제 수준이 우리와 본질적으로 비슷하다고 한다면 왜 국내에서 ICO 하지 않고 그곳으로 빠져나가는지 심도 있게 고민하고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도 했다.이를 위해 국회 차원에서 각국 의원들과 함께 오는 10월 회의를 열어 암호화폐 관련 기준을 담은 선언문을 채택할 계획이라고 정 의원은 귀띔했다.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여야가 오는 30일 열릴 본회의에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규제개혁 관련 법 등 민생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본회의 통과까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여야가 법안의 처리를 위한 논의를 하고 있지만 26일 현재까지 소관 상임위에서 처리된 법안이 없는 상황이다.본회의까지는 나흘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상임위 차원의 논의가 지연되면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 회동을 통해 막판 조율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가장 최근까지 치열한 논의가 이뤄진 것은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완화를 위한 특례법이다.정무위원회는 지난 24일 법안심사 1 소위원회를 열고 해당 법안을 심사했지만,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현재 4%인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율 한도를 얼마나 높일지가 최대 쟁점이다.그간 자유한국당은 50%, 더불어민주당은 25~34%를 주장했고 이날 법안소위에서 34%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합의점에는 도달하지 못했다.또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기업집단 개념 자체를 적용하지 않고 다른 방식을 고민하기로 했다.정무위 관계자에 따르면 논의는 8부 능선은 넘었지만 가장 어려운 마지막 고비가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상임위를 거쳐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30일 본회의에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지만 남은 날수를 고려하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도 여야 간 견해차가 여전하다.계약갱신청구권을 현행 5년에서 늘려야 한다는 기본 기조에는 여야가 같은 의견이지만 몇 년으로 늘릴지는 결정하지 못했다.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10년을 주장하고 있지만 한국당은 연장은 하되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계약 기간을 연장하는 건물주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러나 민주당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규제혁신 관련법은 박근혜정부에서 추진했던 규제프리존법과 민주당의 규제 샌드박스 법 중 김경수 경남지사가 의원 시절 대표 발의한 지역특구법 개정안, 한국당 추경호 의원이 발의한 지역특화발전규제특례법을 병합해 처리하기로 했다.여야는 하지만, 법안 명칭부터 이견을 보인다.당초 '규제프리존법'으로 합의점을 찾아가는 듯했지만, 민주당이 '프리존'이라는 영어 대신 '자유지역'을 사용하자고 나오면서다.여기에 규제프리존법은 특정 지역별로 사업을 정해 규제를 푸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고 지역특구법은 사업 초기 단계에서 한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택하고 있어 병합심사과정에서 이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기획재정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원격의료 활성화를 위한 보건의료 부분에서 이견이 있다.기재위는 24일 경제재정 소위를 열고 한국당 이명수 의원과 민주당 김정우 의원이 발의한 2개 법안에 대해 심사했지만, 진척을 보지 못했다.다만 민주당이 야당 시절 반대해온 원격의료에 대해 최근 일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점은 긍정적이다.민주당은 8월 임시국회에서 해당 법안들을 무조건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고 한국당과 바른미래당도 적극적이다.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