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분간 공개 연설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저녁 5·1경기장에서 열린 북한 집단체조를 관람한 뒤 15만 평양시민 앞에서 9·19 평양선언 의미를 알리는 연설을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7분간 공개 연설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저녁 5·1경기장에서 열린 북한 집단체조를 관람한 뒤 15만 평양시민 앞에서 9·19 평양선언 의미를 알리는 연설을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을 가득 메운 15만 명의 평양시민 앞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나는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000만 겨레와 세계에 엄숙히 선언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9일 오후 북한 집단체조(매스게임)인 ‘빛나는 조국’을 변형한 공연을 한 시간 남짓 관람한 뒤 “우리 두 사람은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 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주자고 확약했다”며 9·19 평양선언 내용을 북측 주민에게 알렸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북한 대중들에게 이처럼 공개 연설을 한 것은 역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또 “이번 방문에서 평양의 놀라운 발전상을 봤다. 김 위원장과 북녘 동포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어나가고자 하는지 가슴 뜨겁게 봤다”며 직접 둘러본 북한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앞서 김정은은 “오늘 문 대통령이 평양시민 앞에서 뜻깊은 말씀을 하시게 됨을 알려드린다”며 “오늘의 이 순간 역시 역사에 훌륭한 화폭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평양시민들은 일어서 문 대통령을 향해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은 “우리 민족은 우수하다. 강인하다. 평화를 사랑한다. 그리고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한다”고 했다. 평양시민들은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한 문장씩 끊어질 때마다 쉬지 않고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문 대통령은 애초 공연 초반 1∼2분간 연설할 것으로 예고됐으나, 실제로는 공연 후인 오후 10시26분부터 33분까지 약 7분간 연설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이날 김정은, 부인 이설주와 함께 북한 집단체조를 관람했다. 폭죽이 가을밤 하늘을 수놓는 동안 중앙 무대에선 단원들이 꽃을 들고 환영 무용을 시작했다. ‘빛나는 조국’은 2002년 김일성 주석의 탄생 90주년을 기념해 처음 공연된 ‘아리랑’이 모태다. 주요 기념일에 맞춰 해외 손님에게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다. 형형색색의 ‘살아있는 카드섹션’과 북한 체제의 정당성을 선전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러나 북한은 2013년 아리랑 공연을 돌연 멈췄다. 수만 명의 아동과 학생들이 연습과 공연에 동원되는 것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정은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었다. 북한은 지난 9일 북한 정권수립 70주년 기념일에 맞춰 5년 만에 ‘빛나는 조국’을 공개했다. 일사불란하게 펼쳐지는 대규모 인원의 무용, 체조, 곡예 공연으로 구성됐고, 특유의 카드섹션은 아리랑과 비슷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드론(무인항공기)을 활용한 퍼포먼스와 레이저 조명, 미디어 아트 등 정보기술(IT)을 새로 도입했다.

70년간의 북한 체제를 1시간30분 남짓 선전하는 내용으로 짜여 있다. 북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까지 이어지는 3대 세습 체제를 찬양하는 곡도 곳곳에 배치됐다.

다만 이날 북한은 ‘빛나는 조국’의 제목과 내용을 변경해 시간을 30분 남짓 줄인 공연을 했다. 집단체조 내용 중 체제선전을 담은 많은 장을 덜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공동취재단/박재원·김대훈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