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추석을 쇠고 나면 전체 당협위원장의 사표를 다 받은 뒤 새롭게 심사를 통해 재임명하겠다”며 전면적 인적 쇄신을 예고했다. 사실상 김병준 비대위 체제가 본격적인 당내 인적 청산에 나선 것이다. 현역 의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부산에서 열린 국제아카데미 강연회에서 “이제부터 인적 쇄신 작업에 들어간다. 당의 가치·비전을 정립했으니 새로운 철학에 어떤 사람이 맞고, 안 맞는지를 따져보자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 인적 쇄신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당협위원장 교체와 2020년 총선을 앞둔 공천 작업에까지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김병준 비대위 체제는 출범한 뒤 두 달 동안 당의 가치·비전 세우기에 몰두하면서 정작 중요한 인적 쇄신은 뒷전에 둔 것 아니냐는 당 안팎의 지적을 받아왔다. 김 위원장은 “사람을 교체할 때는 어떤 사람이 새로운 담론을 가지고 논쟁하고, (그 논쟁에) 참여하기를 원하는지 볼 것”이라며 인적 청산의 기준이 ‘가치’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인적 청산을 자제한 배경에 대해서는 ‘제3의 길’을 앞세운 토니 블레어 전 총리 시절 영국 노동당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정당은 결국 철학과 노선 변경을 분명히 함으로써 다시 일어나야 오래간다”며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비대위’가 잘랐던 문희상·이해찬·최재성 등은 다시 돌아왔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또 “한국당이 선거에서 이기든, 민주당이 이기든 선거를 백날 해도 언제나 국민이 패배자”라며 “정치인 중에 산업구조조정, 금융개혁, 인재양성 등을 고민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고 오로지 권력만 잡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원 사퇴 후 이뤄지는 인적 혁신은 당 안팎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당내 우려가 나온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