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정상은 9·19 평양선언을 통해 이산가족 상설면회소의 문을 열기로 합의했다. ‘화상상봉’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전기가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4·27 회담 당시 남북은 적십자회담을 통해 이산가족·친척 상봉을 비롯한 제반 문제를 협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개최됐고, 후속 협의를 위한 적십자회담이 열렸다.

이번 합의는 한층 더 나아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상설면회소 개소는 이산가족들의 오랜 염원인 상봉 정례화를 위해 필수적이다. 간헐적으로 열려 200쌍가량의 가족이 만나는 방식으로는 500번 행사를 치러야 모든 이산가족이 가족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남측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13만2731명 중 절반이 넘는 7만6024명이 이미 사망했고, 생존자(5만6707명) 중 80세 이상이 62.6%에 달한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선 남북에서 100명씩 명단을 보내지만, 고령을 이유로 금강산 방문을 포기하거나 건강 문제 때문에 상봉 도중에 되돌아간 사례도 적지 않았다.

북측 강원도 고성군 온정리 조포마을에 있는 금강산 상설면회소는 연면적이 1만9835㎡ 규모로 206개의 객실에 약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통일부 남북협력기금으로 지어졌다. 2003년 11월 5차 적십자회담에서 문을 열기로 합의해 2005년 착공했다. 공사가 수차례 중단되다가 2007년 12월에야 준공해 현재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장으로 쓰인다. 지난달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앞두고 일부 개보수가 이뤄졌지만 시설이 낡아 상봉 정례화를 위해선 개보수가 필요하다.

이번 합의에 따라 화상상봉을 위한 면회소 설치와 영상편지 교환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방식과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는 지난달 남측 이산가족 전원을 상대로 가족 생사 확인과 고향 방문 및 영상편지 제작에 참여할지 묻는 수요조사를 했다.

평양공동취재단/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