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무라 미쯔히로 일본 동북아연구기관 교수. 사진=허문찬기자 sweat@hankyung.com
미무라 미쯔히로 일본 동북아연구기관 교수. 사진=허문찬기자 sweat@hankyung.com
“김정은은 싱가포르 같은 나라를 만들고 싶지만 북한에는 그 비전을 공유할 사람이 없습니다”

일본 내 ‘북한 통’으로 불리는 미무라 미쯔히로 환일본해경제연구소(ERINA) 조사연구부주임연구원은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관료들이 김정은이 원하는 발전 방향을 모르기 때문에 직접 현지 지도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인은 말을 안 들으면 숙청을 할 수 있지만, 상상력 없는 관료들은 어쩔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미무라 연구원은 평양을 비롯해 나진, 선봉을 방문하는 등 북한을 40번 이상 방문하면서 북한과 교류하고 있다.

그는 김정은이 유엔의 경제제재에서 벗어난 다음 가장 먼저 투자할 곳은 ‘교육’이라고 단언했다.

미무라 연구원은 “북한 관료들은 김정은의 발전 방향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북한 내에서도 김정은이 왜 비핵화를 하려고 하는지, 그가 비핵화를 통해 미국과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미무라 미쯔히로 일본 동북아연구기관 교수. /사진=허문찬기자 sweat@hankyung.com
미무라 미쯔히로 일본 동북아연구기관 교수. /사진=허문찬기자 sweat@hankyung.com
그는 북한이 지난 5년간 확연히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1년 전 방문한 평양과 나선도 예년에 비해서 깨끗해졌다고 한다.

미무라 연구원은 “양말공장이나 기계부품 공장 등 국영기업들이 민간인과 함께 식당이나 상점을 창업하는 민관합작 회사가 늘고 있다”며 “올해 최고인민회의 재정보고를 보면 법인세보다 거래세 비율이 높아졌는데, 이는 민간기업의 규모가 커졌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미무라 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에는 가정주부 5~10명이 모여 만두 등 식품류를 만들어 배달하고 판매하는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는 1994년~1998년 약 30만명이 사망한 ‘고난의 행군’ 이후 자력으로 식량을 구하고 생업에 종사하는 이른바 ‘장마당 경제’가 확대되고 있다. 정부를 불신하는 ‘장마당 세대’가 사회 중심 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는 게 북한의 변화다.

미무라 연구원은 북한 주민들이 ‘시장경제’를 이해하느냐‘는 질문에 “돈 개념이 완전히 달라졌다. 지금은 주민들이 마음대로 돈을 사용할 수 있다”며 “주로 학자하고 교류하고 있는데 ’사례비를 얼마나 받는가‘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에 대해선 “2~3년 두고봐야 한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최근 진행되는 ‘종전선언’ 논의와 관련해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김정은에게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라고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종전 선언을 하면 법적으로 한국전쟁이 끝나는데, 그러면 미국은 1950년 7월 7일 결성한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해야 하고, 유엔군인 미군이 한국에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사진=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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