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훈 국가정보원장, 문 대통령,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김 위원장,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훈 국가정보원장, 문 대통령,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김 위원장,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한반도의 미래를 좌우할 2박3일간의 평양 남북한 정상회담 일정이 18일 막을 올렸다. 두 정상 발언에선 기대와 희망이 가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역사적인 조·미(북·미) 대화 상봉의 불씨를 문재인 대통령께서 찾아줬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8000만 겨레에 한가위 선물로 풍성한 결과를 남기는 회담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첫날 120분간 회담

이날 1차 정상회담은 오후 3시45분께 시작해 예정보다 30분 길어진 오후 5시45분께 끝났다. 김정은의 집무 공간인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시작된 첫날 공식 회담에서 두 정상은 생중계를 중단하고, 배석자를 양측 두 명씩으로 제한한 채 비핵화, 군축, 남북 교류 등 3대 의제에 대해 서로의 심중을 허심탄회하게 교환했다.

우리 측에선 지난 5일 특별사절단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을 면담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배석했다. 북측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김정은을 보좌했다.

회담 시작에 앞서 김정은은 문 대통령과의 친밀감을 표시했다. “그동안 문 대통령님을 세 차례 만났는데 제 감정을 말씀드리자면 ‘우리가 정말 가까워졌구나’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님의 노력 덕분에 북남, 조·미 관계가 좋아졌고, 이로 인해 주변 지역 정세가 안정되고, 더 진전된 결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文)의 중재 외교’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이자, 미국을 향해 협상 테이블을 다시 마련하자는 제안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도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김 위원장 결단에 사의를 표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 표정엔 감격스러움이 역력했다. “평양 시민들이 정말 기대 이상으로 환대해 줬다”며 “평양의 발전된 모습에 놀랐고, 어려운 조건에서도 인민의 삶을 향상시킨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경의를 표하며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오전 11시20분께 백화원 초대소에서의 환담에서도 문 대통령은 “판문점의 봄이 평양의 가을로 이렇게 이어졌으니 이제는 정말로 결실을 촘촘하게 맺을 때”라며 “우리 사이에 신뢰와 우정이 많이 쌓여 있기 때문에 잘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평양행에 앞서 “많은 분들이 정상회담에서 결실을 기대하고 있어 발길이 무겁다”고 부담감을 토로한 바 있다. 김정은도 “온겨레의 기대를 잊지 말고 우리가 더 빠른 걸음으로 더 큰 성과를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화답했다.
김정은 "더 빠른 걸음으로 더 큰 성과"… 비핵화 19일 직접 언급하나
◆‘정상국가’ 의지 보인 김정은

전문가들은 “아직 예단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첫날 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우선 장소가 상징적이다. 노동당 본부에서의 남북 정상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은이 2012년 공식 집권한 이후 평양에서의 첫 정상회담을 자신의 집무 공간에서 개최함으로써 정상국가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3층 건물인 이곳은 ‘당 중앙’으로 일컬어지는 북한의 최고지도자만을 위한 건물이다. ‘김정일 시대’엔 외부 공격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를 극히 꺼린 공간이다. 청와대는 출발 직전까지도 정상회담이 과거 2000년(김대중 정부), 2007년(노무현 정부)과 마찬가지로 백화원 초대소에서 이뤄질지, 노동당 본부에서 진행될지에 대해 확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날 회담은 ‘9·19 합의’를 위한 포괄적인 의견 교환 형식으로 열렸다. 전날 임종석 평양남북정상회담준비위원장(대통령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이 미국의 고민을 북한에 충분히 전달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감안하면 이날 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미·북 정상의 의중을 중재하는 데 초점을 맞췄을 것으로 관측된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오늘 중 결과가 나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19일에 두 번째 정상회담이 열리기 때문에 그 이후에나 전체적인 성과와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직접 비핵화 밝힐 듯

전문가들은 비핵화 의제와 관련해 김정은의 육성을 통한 비핵화 의지의 재천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6·12 센토사 선언에서도 김정은은 평화체제 구축 다음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하는 데 그쳤다”며 “지금까진 한국 정부를 통한 간접화법으로 비핵화 의지를 드러냈다면 이번엔 직접 생각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핵시설 동결 및 시설 신고 등과 같은 진전된 조치는 2차 미·북 정상회담 의제로 넘겨질 가능성이 높다.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위한 경협 등 남북 교류와 관련해 구체적인 합의문이 나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 주요 인사의 방북과 관련해 윤 수석은 “이번 경제인 특별방문단 결정은 전적으로 우리 정부가 한 것”이라며 “경제인들의 참여는 남북 관계의 장래를 위해 이뤄진 것이고, 구체적인 양해각서(MOU) 등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양공동취재단/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