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정상회담을 위해 18일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을 생중계로 시청한 여야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여당은 “1년 전만 해도 핵 전쟁을 걱정했는데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반면 야당은 “실질적인 비핵화 없이는 방북단 200명의 평양 유람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영표 원내대표 등 민주당 당직자는 이날 국회 원내대표실에 모여 문 대통령의 방북 장면을 함께 시청했다. 홍 원내대표는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가 높고 많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염원하고 있다”며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비핵화와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 등에 대한 실질적인 진전이 이번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루쉰의 말을 인용하면서 “원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많은 사람이 걸어가면 길이 되는 것”이라며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와 공동번영의 길이 반드시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정애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포옹하고 북한 측 환영단으로부터 열렬한 박수를 받는 것을 보고 “소름이 끼친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김태년 정책위 의장은 “남북 정상의 만남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매우 다정한 이웃을 만나듯이 자연스럽다”며 “이번 평양 회담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서 큰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 지도부도 이날 국회에서 평양 만남을 TV 생중계로 지켜봤다. 두 보수 야당은 “구체적인 비핵화 계획에 합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전용기가 평양 순안공항에 착륙하자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통해 한반도의 진정한 비핵화를 앞당기고, (비핵화를) 언제까지 하겠다는 구체적인 약속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나와 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남북 정상의 만남을 TV로 지켜보면서 “비핵화를 구체화한 계획에 합의하고, 북핵 시설 검증 리스트가 제시돼야 한다”며 “(정상회담 결과를) 미국이나 국제사회가 긍정적으로 보고, 이를 통해 한반도 평화에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비핵화 매듭을 풀지 못하면 방북단의 평양 유람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