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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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7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문재인 대통령은 잠시 군사 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갔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남쪽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그쪽(북측)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요”라고 말을 건내자, 김정은이 “지금 넘어가 보실까요”라고 제안해 이뤄졌다. ‘10초 방북’, ‘깜짝 월경’으로 명명된 이 장면은 남북 관계의 개선을 보여주는 ‘명장면’으로 꼽혔다.

과거 남북 정상회담에선 당초의 예상과 의전의 한계를 뛰어넘는 ‘깜짝 이벤트’가 종종 있었다. 2000년 6월13일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 공항에 도착하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전용기 바로 앞까지 영접을 나왔고, 김 대통령과 차량에 함께 타고 회담 장소로 이동을 했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김정일은 “하루 더 있다 가라”고 깜짝 제안을 했다. 당시 양측이 사전에 협의했던 일정상 성사되진 않았지만, 김정일의 성격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란 얘기가 나왔다.

4·27 회담은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도보다리 회담’이 백미로 꼽힌다. 두 사람이 어떤 ‘밀담’을 나눴는지 국내외 언론이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부 언론은 입모양을 읽는 ‘독순술’ 전문가를 초빙해 대화 내용을 가늠하기도 했다.

지난 5월26일 김정은과 문 대통령의 두 번째 정상회담은 사후 공개되기까지 전 과정이 파격의 연속이었다. 문 대통령이 군사 분계선을 넘어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으로 이동해 이뤄졌다. 전 세계가 남북 정상이 비밀리에 만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가능성이 있는 ‘깜짝 이벤트’는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첫 번째는 ‘백화원 대화’다. 백화원영빈관은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있는 금수산기념궁전 구역 내 국빈급 인사를 맞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외부와 차단돼 경호상 이점도 있다. 곳곳의 화단에 100여 종의 꽃들이 피어 있어 ‘백화원(百花園)’으로 명명됐을 정도로 조경도 뛰어나 산책과 대화를 나누기에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두 정상이 북한의 집단체조 공연인 ‘빛나는 조국’을 함께 관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 정권 수립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공연을 사전에 청와대에서 수용했을지는 미지수다. 두 정상이 함께 삼지연악단이나 모란봉악단 공연을 관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남북 정상이 함께 어디를 방문할는지도 관심사다. 김정은이 북한의 경제발전을 과시하기 위해 새로 조성된 평양 미래과학자거리나 여명거리 등을 방문 장소로 제안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 문 대통령이 동아시아철도 공동체와 통일 경제특구 신설을 언급한 만큼 이와 관련된 장소를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평양공동취재단=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