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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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남북한 정상회담 첫날인 18일은 원래 ‘철도의 날’이었다. 한국 최초 철도인 경인선이 개통된 1899년 9월18일을 기념해 지정됐다. 철도의 날은 지난해까지 100년 넘게 9월18일로 유지되다 올 들어 ‘일제 잔재 청산’이란 명분으로 대한제국 철도국이 설립된 6월28일로 바뀌었다.

정상회담이 옛 철도의 날에 열린 것은 우연의 일치이지만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철도를 포함한 육로 연결 사업은 남북 경제협력의 1순위로 꼽히기 때문이다. 4·27 판문점 선언에서도 육로 연결 사업은 경협 사업 중 유일하게 구체적으로 내용이 적시됐다. ‘남과 북은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며 일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 나가기로 했다’는 조항이다.

남북 간 철도·도로 사업은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 지난 7월20일 황성규 국토교통부 철도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남한 공동연구조사단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방북, 동해선 철도 북측 구간(금강산청년역~군사분계선)을 점검했다. 북한에서도 김창식 철도성 부국장 등이 함께했다. 같은 달 24일에도 남북은 군사분계선에서 개성역에 이르는 경의선 북측 구간을 공동 점검했다.

남북은 지난달 23일 서울에서 개성, 신의주까지 경의선을 실제 운행하는 방식으로 공동 조사하려 했으나 유엔군사령부의 불허로 무산됐다.

유엔 불허 사례에서 보듯 북한에 대한 대북 제재가 공고한 상황에서 경협이 당장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이번 북한 방문단에 오영식 한국철도공사 사장,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등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실무자가 총출동한 것은 정부가 육로 연결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계 방북단 가운데서도 SOC 사업과 연관된 기업이 많다. 김용환 부회장이 대표로 방북하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현대로템과 현대건설은 과거 인프라 건설 관련 경험이 풍부하다. 현대그룹은 철도사업을 포함한 7대 대북 SOC 사업의 독점권을 확보한 현대아산이 있다. 포스코그룹도 북한 인프라 사업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남과 북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본격적인 육로 연결 사업의 토대를 다지는 사전 작업과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작업을 논의할 전망이다. 당장 구체적인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북 제재가 해제됐을 때 추진할 사업들에 대한 북한의 의견을 듣고 답을 하는 식의 의견 교환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 청와대 소통수석도 이날 “경협은 당장 가능한 영역보다는 미래 가능성을 주로 얘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의선과 동해선의 현황 파악 등을 위한 점검·조사를 확대하는 것은 당장 논의가 가능하다. 인프라 관련 인력 교류 방안이나 국제 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재원 조달 계획 등도 얘기할 가능성이 있다. 서울에서 원산을 잇는 경원선 구축과 남북을 관통하는 도로를 개통하기 위한 밑작업으로 비무장지대 내 지뢰 추가 제거 작업 등도 협의 가능한 과제로 꼽힌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