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3일(현지시간) 중국과 러시아에 있는 북한 위장회사 두 곳과 북한인 운영책임자를 독자제재했다. 북한 정보기술(IT) 인력을 해외로 송출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연내 2차 미·북 정상회담에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하기 전까지는 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PAC)은 이날 북한 국적의 정성화(48)와 중국에 있는 IT업체 옌볜실버스타, 이 회사의 러시아 소재 위장기업인 볼라시스실버스타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두 회사는 명목상 각각 중국인과 러시아인이 운영하지만 실제로는 북한인이 통제하고 있다.

정성화는 옌볜실버스타 최고경영자(CEO)로 중국과 러시아에서 벌어들인 수입을 관리했다. 볼라시스실버스타는 북한 IT 인력과 옌볜실버스타 직원들이 지난해 중반 설립했으며 1년 새 수십만달러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미 재무부는 이들 위장회사가 북한 노동자 송출과 고용을 금지한 미국의 행정명령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이 웹사이트와 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안 및 생체인식 소프트웨어와 같은 다양한 IT 서비스와 제품을 해외에 판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에 유입된 자금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 사용된다는 게 미 정부의 판단이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성명에서 “이번 조치는 제3국에 있는 위장기업에서 신분을 숨기고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을 통해 북한으로 불법 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할 때까지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해상에서 이뤄지는 북한의 불법 환적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마셜 빌링슬리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보는 이날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의 기만적인 해운 활동, 특히 유엔 금수 조치를 피해가기 위한 유류와 석탄의 선박 간 환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중국해에서 이뤄지는 선박 간 환적을 막기 위한 단속 활동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