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들도 의견 나뉘어…"질환자 대체복무 새로 정의하고 세분화해야" 의견도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일부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병역특례에 더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차남이 '십자인대 파열'로 병역을 면제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군 면제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병역특례 자격이 체육·체육인 등에게만 주어지고, 유명 인사의 아들 중에는 유독 질병에 의한 병역면제 사례가 많으냐는 점이다.

이 중에서도 질병에 의한 병역면제에 대해서는 "특정 질병이 면제 사유가 될 수 있느냐"는 찬반에서부터 "질병이 완치되면 다시 병역 의무를 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형평성에 대한 지적까지 의견이 다양한 편이다.
'아파서 병역면제'… "치료 후 대체복무 vs 사회적 약자 배려"
의료계 전문가들이 보는 시각도 이런 사회적인 논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은혜 후보자 차남의 십자인대 파열이 대표적인 사례다.

십자인대는 무릎 앞, 뒤에 있는 X자 모양의 인대를 말한다.

앞쪽에 있는 인대가 전방십자인대, 뒤에 있는 인대가 후방십자인대다.

십자인대는 대퇴골(넙다리뼈)과 종아리뼈의 위치를 고정해 관절운동의 정상적인 범위를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의학적으로는 대관절 중 하나인 무릎이 불안정하다는 의미로 '불안정성대관절'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십자인대 파열은 넘어지면서 무릎 관절이 꺾이거나 빠르게 달리다가 갑자기 방향을 전환할 때 주로 발생한다.

축구나 농구처럼 상대 선수 또는 물체와 심하게 부딪히거나 움직이는 방향을 갑자기 바꾸는 과정에서 흔하게 생긴다.

대부분 전방십자인대 파열이고, 후방십자인대 파열은 드물다.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면 '퍽'하는 소리와 함께 통증을 느끼게 된다.

정도가 심할 경우엔 극심한 통증과 무릎을 전혀 움직일 수 없기도 한다.

하지만 증상이 경미하거나, 부분적인 파열이 일어났을 경우 2∼3일이 지나면 부기가 빠지고 통증이 가라앉는다.

증상이 심할 때는 끊어진 인대를 꿰매거나, 다른 곳의 인대를 떼어다 붙이는 재건수술이 필요하다.

징병신체검사에서 이 질환의 가장 중요한 판정 기준은 병역 의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다.

MRI(자기공명촬영) 검사와 의사가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만지는 진찰을 통해 경도 및 중등도면 3, 4급으로 군 복무를 하지만, 중증이면 5급으로 분류돼 병역 의무에서 면제된다.

5급 판정의 세부 기준은 관절경 검사에서 파열이나 손상이 확인되고 인대재건술을 시행한 경우 등이다.

문제는 이처럼 병역면제 판정을 받은 징집 대상자들이 십자인대 파열을 치료한 후 문제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으로 비치는 점이다.

실제 중증 십자인대 파열의 경우 수술치료를 하면 인대의 기능이 최대 80%까지 회복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따라서 이들도 치료 후 어떤 식으로든 군 복무에 준하는 병역 의무를 져야 한다는 지적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모 정형외과병원 A 전문의는 4일 "십자인대 파열로 수술치료를 받으면 만성적인 통증이 남고 재발의 우려가 있어 군 복무는 힘들 수 있겠지만, 일상생활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게 사실"이라며 "질환 부위에 무리가 가지 않는 일상생활 정도의 수준에서라면 대체복무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내놨다.

A 전문의는 비슷한 질환으로 어깨관절의 재발성 탈구를 꼽았다.

그는 "예전에는 선천성이든, 고의든 어깨관절이 빠져 병역을 면제받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하지만 요즘은 재발 이후 두 번 이상 수술에 실패했을 때만 병역면제 요건에 해당하는데도 찬반 논란은 여전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B 전문의는 "중증 환자의 경우에도 수술 후 관절 상태에 대한 세밀한 진단을 거쳐 대체복무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치료 후 상태를 기준으로 한 대체복무를 새롭게 정의하고 규정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다른 의견도 있다.

군 장병들의 질환 판정에 참여했던 모 대학병원 C 교수는 "관절 질환은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기에 멀쩡해 보여도 재발이 잦고, 수술 이후에도 나이가 들수록 일상생활에서 고통을 참기 힘든 경우가 많다"면서 "군 복무 중 십자인대 파열로 수술했던 한 환자는 조기 전역한 이후 지금까지도 심각한 관절염 때문에 병원 치료를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C 교수는 "객관적인 판정을 거쳐 심각한 질환을 가진 것으로 진단된 환자에게 대체복무까지 요구하는 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