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로 북한에 파견되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출발 하루 전인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안보관계장관회의에 앞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로 북한에 파견되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출발 하루 전인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안보관계장관회의에 앞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 특별사절단의 평양 방문을 하루 앞둔 4일 외교·안보 관계장관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청와대에서 열린 회의에는 특사단에 포함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등 5명을 비롯해 강경화 외교·조명균 통일·송영무 국방부 장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국가안보실 이상철 1차장과 남관표 2차장, 권희석 안보전략비서관도 배석했다.

정 실장을 수석대표로 한 특사단은 5일 오전 7시40분 공군 2호기를 타고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출발, 서해 직항로를 경유해 방북한 뒤 당일 저녁 돌아올 예정이다. 정 실장은 4일 사전 브리핑에서 “특사단은 이번 방북을 통해 북측과 남북관계 발전 및 한반도 비핵화, 평화 구상을 협의할 예정”이라며 “9월 평양에서 열기로 남북 간에 합의한 남북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일정과 의제 등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사단은 문 대통령의 친서도 북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정 실장은 “지금은 한반도 평화 정착에 매우 중요한 시기이며, 또 한반도 평화는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특사단은 오후 늦은 시간까지 평양에 체류하면서 북한 지도자들과 대화할 예정”이라며 “서울 귀환 후 가능한 한 빠른 시간 안에 국민께 결과를 보고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특사단에 참여하는 인사는 지난 3월과 같지만 짊어진 임무의 무게는 그때보다 훨씬 무거워졌다. 미국과 북한이 각각 ‘선(先) 비핵화’와 ‘선 종전선언’ 노선을 굽히지 않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중간자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특사단은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을 설득, 미국 등 국제사회가 납득할 만한 행동을 이끌어내야 한다. 또 북한이 미국에 원하는 조건이 뭔지 파악해 이를 전달해야 한다.

특사단은 방북에 앞서 미국 측과의 사전 협의를 통해 북에 전달할 제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당초 요구했던 수준은 아니더라도 북한의 핵시설 리스트 제출을 유도할 수 있는 수준의 제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는 4일 정례 브리핑에서 특사단 방북 관련 한·미 간 조율 상황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소통했으며 북한·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미는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남북관계·비핵화 추진 속도의 한·미 간 이견 유무에 대해선 “정부는 비핵화 문제와 남북관계는 서로 선순환해야 하는 관계라는 기본 입장을 갖고 있고, 그에 대해 한·미 간 입장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달 평양에서 열릴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정상회담 날짜가 언제로 정해질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남북은 지난달 열린 고위급회담에서 3차 남북 정상회담을 9월 평양에서 열기로 합의했지만 그 후 의제와 경호, 보도 등을 논의할 실무회담이 열리지 않아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특사단은 그동안 관례에 비춰 문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방북하게 돼 김정은과의 면담은 거의 확실하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분위기다. 3월 방북 때처럼 김정은과 만난 뒤 회담 일정을 비롯한 구체적 내용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상회담 시기와 관련, 17일에서 21일 사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상회담 일정이 나온 다음 적어도 열흘에서 보름 정도 준비 기간이 필요한 만큼 당장 남북 정상이 만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남북 정상회담을 했을 당시 모두 2박3일간 일정으로 진행됐던 만큼 이번 문 대통령의 방문 일정도 이와 비슷하게 짜일 것으로 관측된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진정 원하는 건 종전선언”이라며 “이를 통해 정상국가로서 인정받고, 대내 결속력을 강화하고자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핵문제에 대해선 미국과 이야기하려 하기 때문에 특사단에서 뾰족한 수를 얻어내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미아/박재원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