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 방북을 하루 앞둔 4일 미국을 향해 남북한 관계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취소된 뒤 열흘 가까이 비난을 자제했으나 이번엔 ‘무뢰배’ 등의 표현을 써가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노동신문은 이날 ‘북남 관계를 가로막는 것은 미국의 앞길을 막는 것이다’는 제목의 개인 필명 논평에서 “조선반도를 바라보는 미국의 눈빛과 표정이 어둡고 이지러져 있으며 북남 관계를 대하는 태도에서는 쌀쌀한 기운이 풍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남 관계의 얽힌 매듭이 풀리면 미국에 좋으면 좋았지 나쁠 것이 없다”며 “북남 사이에 힘겹게 마련된 오솔길마저 막으려 드는 것은 미국의 거동을 더욱 불편하게 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최근 미·북 비핵화 협상의 틀이 흔들리고 있음에도 이렇다 할 반응을 자제해왔다. 경제 시찰 등을 통해 노동신문에 자주 등장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름 가까이 대외 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이날 노동신문의 대미(對美) 비난은 ‘도발’이라기보다 미국의 압박에 대한 ‘저항’ 성격이 짙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표현 수위를 높이긴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