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文대통령, 비핵화 진전 없으면 유엔총회 참석 원치 않을 수도"
홍콩언론 "북미협상 표류로 문재인 대통령 진퇴양난"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협상이 심각한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양국간 중재역할을 하던 문재인 대통령이 진퇴양난에 처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9일 보도했다.

6월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큰 기대가 있었으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갈수록 북한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의 4차 방북을 취소한 데 이어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이 한미연합훈련을 더는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는 등 미국의 대북 압박이 강화되는 분위기다.

SCMP는 3명의 한국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문 대통령이 다음 달 23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해 연설해야 할지를 두고 난관에 부닥쳤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들은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없으면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에 참석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방미 중 트럼프 대통령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길 원하는데, 빈손으로 갈 경우 오히려 지금의 긴장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SCMP는 문 대통령이 다음 달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북미협상 정상화를 위해 핵시설 리스트 제출과 같은 구체적인 조처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양측이 종전선언 합의를 이뤄낼 수도 있으며 이는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되돌리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신문은 전망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북한 정권수립 70주년인 9·9절 이후로 방북일정을 잡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3차 남북정상회담 후 유엔총회 참석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기까지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다고 SCMP는 지적했다.

이 매체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지나치게 포용적인 태도가 국내에서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후 6월에 83%까지 올랐던 문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주 조사에서 56%까지 떨어졌다.

중국도 문 대통령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SCMP는 지적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9·9절 이전 방북할 것으로 보이는데, 미중 무역전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미국에 외교적 승리를 안겨줄 북한의 비핵화 진전을 중국이 별로 바라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은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며 "종전선언이 다음 달 실현되기는 어려워 보이며 비핵화 과정도 당분간 속도를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음 달에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외교전이 펼쳐지면서 평소 북한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탈북민들도 이를 자제해 달라는 압력을 받는다고 SCMP는 전했다.

강연자로 활동하는 한 탈북민은 "상사에게서 북한을 '핵 정권'으로 표현하는 것을 삼가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나 인권 문제 등을 다루지 말 것도 권유받는다"고 말했다.

탈북 웹툰 작가 최성국 씨는 "한 방송에 출연해 '김정은에 속아서는 안 된다'는 발언을 했더니 방송 출연이 즉각 중단되고, 기업가들의 후원도 끊겼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