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 사람들' 이해찬·김병준·정동영, 전면 등장손학규, 바른미래 당권 도전…올드보이 귀환에 비판·기대 엇갈려더불어민주당이 25일 당대표로 7선의 이해찬 의원을 선출하면서 노무현정부 핵심 인사들이 정치권 전면에 등장하는 분위기가 더욱 짙어졌다.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민주평화당 등 여야 할 것 없이 지도부가 '노무현정부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지난달 말 자유한국당의 '소방수' 역할을 맡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이달 5일 평화당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정동영 대표는 이 대표와 함께 노무현정부에서 함께 일했다는 공통점이 있다.이 대표는 2004~2006년 노무현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냈다.그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고 2009년 8월 발족한 '노무현 대통령 추모기념사업회' 위원장을 맡아 2009년 9월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의 출범을 이끌기도 했다.김 위원장은 2004∼2006년 대통령 정책실장을 맡았고 이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으로 노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 보좌했다.정 대표는 노무현정부에서 통일부 장관(2004~2005년)을 지낸 바 있다.10여년 전 노무현정부의 성공을 위해 뭉쳤던 3인방이 지금은 각기 다른 당에서 수장 자리를 맡아 서로를 마주해야 하는 얄궂은 처지에 놓였다.이들은 과거에 함께 일한 인연이 원활한 소통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이 대표는 7일 YTN 라디오에서 김 위원장과 정 대표에 대해 "서로가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대화하는 데 여러 가지 점에서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정 대표는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선 비결 중 하나로 '이해찬 효과'를 꼽으며 "(민주당에서) 이해찬 후보가 대표 (선거에) 출마하고 (바른미래당에선) 손학규 대표도 나온다고 하니까 말 상대할 사람이 누구냐는 얘기가 들렸다"고 설명했다.바른미래당의 당권 도전에 나선 손학규 상임고문도 이들과 함께 동시대를 살아온 정치인이다.이 대표와 정 대표, 손 고문은 2007년에 민주당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맞붙었던 사이다.당시 정 대표는 이 대표와 손 고문을 누르고 대선후보 자리를 꿰찼으나 국정지지도가 크게 떨어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둔 채 차별화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대패했다.특히 이 대표는 탈당과 관련해 손 고문과는 악연이 있다.이 대표는 2008년 1월 대통합민주신당의 손학규 대표 체제가 출범하자 "한나라당 출신이 당대표를 맡게 된 현실이 안타깝다"며 탈당했다.10여년 전 정치권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들이 다시 여의도 정치에 전면으로 부각되면서 '올드보이 전성시대'라는 평가도 나온다.올드보이들의 귀환을 보는 정치권의 시선은 엇갈린다."세대교체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경륜과 경험의 리더십이 발휘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그러나 어떻든 '대안 불가'의 현실이 올드보이들의 등장을 가져온 것인 데다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에선 정당 색깔에 들어맞는 리더의 철학과 경륜이 관건이므로 자연연령만을 기준으로 한 올드보이 비평론은 애초 공허한 담론이자 편향된 프레임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정치컨설팅업체 더모아의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차기 대권 주자들이 시기적으로 전면에 나서기에는 이르다고 보는 진공상태 속에 정치권 전반에 걸쳐 세대교체 노력을 소홀히 한 측면도 있다"며 "'대안이 없다'는 현실론도 겹쳐진 것"이라고 설명했다./연합뉴스
이해찬 "5당 대표 회담 제안" 협치 로드맵 공개…연정 구상도 주목'조건부 협치' 누누이 강조…대야 강경노선에 정국 급랭 우려도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신임 대표가 25일 취임 일성으로 '5당 대표 회담'을 공식 제안하며 야권에 손을 내밀었다.여당의 새 대표로서 본격적인 여야 협치의 기틀 마련에 나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일각에서는 그가 줄곧 대야 강경노선을 걸어왔던 점을 고려하면 정작 협치의 장이 열려도 험로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함께 제기한다.이 대표는 이날 당대표로 선출된 뒤 "주제와 형식에 상관없이 5당 대표 회담을 조속히 개최하면 좋겠다.힘을 합쳐 이번 정기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만들자"며 야당 대표들에 회담을 제안했다.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당대표가 되면 여야 합동 방문단을 구성해 평양에 가려고 한다"고 밝힌 것도 이 대표가 그리는 여야 협치 로드맵 중 하나로 읽힌다.일단 객관적 상황만 놓고 보면 이전 추미애 대표 때보다는 여야 협치를 위한 환경은 좋은 편이다.이 대표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이끄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는 참여정부 시절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이 대표가 국무총리를 지낼 당시 김 위원장은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했다.이 대표 스스로도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저하고는 잘 알고 대화도 많이 해 좋은 관계가 될 것 같다"고 했다.반면 추 전 대표는 집권 이후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물론 다른 야당 대표와도 별도 회동이나 대화 채널을 만들지 못했었다.일단 이 대표는 여야 원내대표들이 지난 16일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구성하기로 약속한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구심점 삼아 여야 협치를 풀어내겠다는 방침이다.그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협의체에서 협치 얘기를 하는 게 옳다"며 "특히 정기국회에서 개혁 입법 과제를 처리하고,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이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여소야대 지형상 협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원론적으로 인정했다.다만 '원칙 있는 협치'를 누누이 강조하며 일방적인 양보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해 향후 여야 관계는 복잡한 고차방정식처럼 쉽지 않게 풀려나갈 수 있다.특히 경선 막바지에 들어서는 합동연설에서 "야당의 거센 공세를 꺾을 수 있는 추상같은 단호함이 있어야 한다.야당 대표들을 압도할 정치력이 필요하다"고 수차례 역설해 눈길을 끌었다.당심(黨心) 공략을 위해 강한 리더십을 내건 것이다.한국당이 4·27 판문점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동의에 여전히 반대하는 것을 두고는 "(만약) 종전선언이 됐는데도 비준하지 않겠다는 그런 자세를 보인다면 협치할 수 없다"며 공세를 펴기도 했다.이러한 강경한 태도 탓에 이해찬 체제 출범 이후 여야 관계가 다시 얼어붙을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이는 경선 과정에서 송영길·김진표 후보(기호순)에게 역공을 허용하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김 후보는 이 대표를 '싸움꾼'으로 비유했고, 인터넷에서는 노무현정부 때 그가 국무총리로 있으면서 얻은 '버럭 총리'라는 별명이 다시 회자됐다.그러나 현재 여당 의석수(129석)로는 현실적으로 법안 하나도 처리하기 어려운 만큼 당 지휘봉을 잡고부터는 기존의 선명한 노선을 무작정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여소야대 한계를 풀기 위해 연합정부(연립정부. 연정) 필요성마저 강조한 만큼 여야가 보다 높은 수준의 협치로 나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그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럽의 몇몇 나라는 협치, 연정, 사회 대통합 등을 통해 순조롭게 발전했다"며 "연정이라는 게 어느 한쪽의 견해만 갖고 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다만 현재 야권의 내부 상황상 여권의 연정 제안 구상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한국당이 당분간 비대위 체제를 유지할 예정인 데다 제2야당인 바른미래당도 9월 초 새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있는 등 야권 지도부의 지반이 단단히 다져지지 않아서다.앞서 청와대는 '협치 내각' 구성을 야권에 제안한 바 있으나 각 야당의 강한 반발로 물꼬조차 트이지 않는 상황이다.이 대표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소야대 의석 구조로 문재인정부 임기 말까지 가야 하는 게 현실이라 국정 안정을 위한 연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라면서 "하지만 연정 협상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카운터파트가 필요한데 당분간 야권 내부 상황이 그렇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연합뉴스
홍영표·김태년·윤호중 등 의원 다수…관계망의 뿌리엔 '평민연 30년'최측근 김현·전대 지원 정청래 등 원외 인사도25일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로 이해찬 의원이 선출되면서 국회 안팎에 포진한 '이해찬의 사람들'에게도 관심이 쏠린다.민주당에 30년간 몸담으며 당대표를 비롯해 여러 당직을 거치고 정부에서도 국무총리 등을 역임한 만큼 인연을 쌓은 인사는 수두룩하다.이해찬 네트워크의 뿌리는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시민사회에서 폭발한 평화, 민주, 통일 열망을 정당 내에서 실현한다는 명분을 내세운 조직 '평화민주통일연구회'(평민연)이다.평민연은, 1987년 대선에서 패배한 김대중 후보가 창당한 평화민주당에 재야운동 세력(90여명)으로서 집단 입당한다.제도권 밖 민주화운동 세력이 대중의 요구를 의회민주주의를 통해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워서 제도권 정당에 '집단적·조직적'으로 진입한 최초 사례다.평민연은 노동, 빈민, 학생 등 부문 운동 세력과 변호사, 교수, 문인, 종교인 등을 포괄하는 조직이었고 평민당을 제1야당으로 끌어올린 1988년 총선 때 소속 회원 23명이 출마하여 15명을 당선시키는 기염을 토했다.당시 평민당 당선 의원 수 71명 중 21.1%를 차지하는 규모였다.이에 앞서선 이 신임 당대표가 기획실장, 정책실장 등을 지낸 재야 민주화운동조직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민통련)이 또한 '이해찬 관계망'의 근원이기도 하다.이런 깊은 연을 가진 인사들과 이후 정치권 활동 및 의회 활약 과정에서 교류하며 신뢰를 다진 인물들을 통틀어 현 20대국회 안에선 홍영표·김태년·윤호중 의원 등이 대표적인 이해찬의 사람들로 거론된다.홍영표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2004년 참여정부 국무총리로 있을 때 국무총리실 시민사회비서관으로 일했다.2012년 민주통합당 이해찬 당대표 시절에는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도 지냈다.당시 비서실장을 맡은 김태년 의원과 사무총장을 역임한 윤호중 의원 역시 이 대표의 사람으로 분류된다.학생운동과 재야운동을 통해 인연이 있는 심재권 의원은 이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특사로 파견됐을 때 김태년 의원과 함께 이 대표를 보좌하며 동행했다.6·13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김성환 의원은 80년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와 국민운동본부의 교류, 김정호·윤일규 의원은 노무현재단을 통해 이 대표와 함께 해온 사이다.원외에도 '이해찬 사단'이 포진해있다.평민연의 평민당 진입 때부터 이 대표와 함께한 김현 대변인은 2007년 이 대표가 대선 후보 경선에 나왔을 때 공보를 담당하는 등 30년간 인연을 쌓은 최측근 중 한 명이다.2016년 이 대표와 '총선 컷오프'의 아픔을 같이 겪은 정청래 전 의원은 이 대표에게 당대표 선거 출마를 권유하고 전당대회 기간 내내 적극적인 지지 활동을 펼쳤다.'3철' 중 한명인 이호철 전 대통령 민정비서관도 이 대표와 우호적 관계다.이 전 비서관은 부산 합동연설회 때 조용히 이 대표의 연설을 지켜보기도 했다.정부에서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의원실 관계자를 이 대표 캠프에 보내 선거를 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인연만을 기준으로 보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평민연 소속으로 당보 기자 활동을 한 이력이 있고,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평민연 기획실 간사를 지낸 바 있다.특히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은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스태프로 활동하기 이전, 13대 국회부터 '의원 이해찬'의 보좌관으로 일한 측근이다.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 김경수 경남지사와 이 대표의 관계도 각별하다.이재명 경기지사와는 이 대표의 측근인 이화영 전 의원이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일하고 있어 연결고리가 있다.전대 과정에서 이 대표를 측면 지원하거나 막후에서 힘을 실어준 이해찬의 사람들이 있는 반면, 공식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히고 지원군으로 활동한 사람들도 있다.당대표에 도전했다 예비경선을 통과하지 못한 이종걸 의원과 박범계 의원은 컷오프 탈락 후 이 대표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냈고, 평민연 출신인 우원식 의원도 사실상의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