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붓한 개별상봉 앞두고 기대감 가득…北할머니, 구급차 타고 오기도
"어머니가 평생 보관해온 누이의 꽃자수, 누이에게 줘야죠"
[이산가족상봉] 금강산에 무지개… "모여 사는 순간 왔으면"

2차 이산가족 상봉 둘째 날인 25일 금강산 수정봉 언저리에 무지개가 떴다.

이날 예정된 3시간의 개별상봉에서 남북 가족이 도란도란 꿈같은 시간을 보내기를 빌어주는 듯했다.

태풍 걱정은 온데간데없이 구름도, 바람도 적당해 '상봉하기 좋은' 가을 날씨였다.

금강산호텔 객실에서 북측 가족과 오붓한 개별상봉을 할 생각에 남측 가족들은 아침부터 들뜬 모습이었다.

북측 라종주(72) 씨와 상봉한 남측 사촌 김상암(51) 씨는 "오붓하게 단체상봉 때 하지 못했던 말을 할 수 있게 돼서 기분이 좋다"면서 "어제 여러 가지 얘기 잘 했고 개인적으로는 누님이 잘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좀 놓였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남측 동생들을 만난 리숙희(90) 할머니의 북측 아들 김영길(53) 씨는 개별상봉을 앞둔 소감을 묻자 "기쁘다.

한 번이 아니고 북남이 모여 사는 영원한 순간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 씨의 손에는 개성고려인삼제품 한 상자와 다른 선물이 든 것으로 보이는 가방 하나, 가족사진 액자 등이 들려있었다.

북측 당국이 준비한 백두산 들쭉술 등의 선물과는 별도로 준비한 것으로, 이렇게 따로 개인적 선물을 준비해온 북측 가족들이 많았다.

남측 최고령자 강정옥(100) 씨의 동행가족인 딸 조영자 씨는 "(어머니) 컨디션이 좋다"면서 "방해받지 않고 상봉하게 돼서 기분이 좋다"고 즐거워했다.

북측 가족 중에는 구급차를 타고 개별상봉장에 도착한 할머니도 있었다.

남측 사촌들을 만난 피순애(86) 씨로, 북측 관계자 여러 명의 부축을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객실로 올라갔다.

북측 형이 죽은 줄 알고 상봉 대상자 선정 통보 사흘 전 제사도 지냈다는 남측 한상엽(85) 씨는 '제사 지냈다는 얘기를 전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형이 웃으면서 '산 사람 제사를 지내줬으니 오래 살겠다'라고 하더라"라고 했다.
[이산가족상봉] 금강산에 무지개… "모여 사는 순간 왔으면"

북측 이부누나 리근숙(84) 씨와 만난 남측 황보구용(66) 씨는 리 씨가 옛날에 집에 남겨두고 갔다는 꽃자수를 개별상봉 때 전달하겠다고 했다.

리 씨의 어머니가 평생 보관하다 자식들에게 물려준 것으로, 오랜 세월이 흘러 천이 누렇게 바래 있었다.

남측 가족은 전날 단체상봉에서 리 씨에게 이 자수를 보여줬다.

황보구용 씨는 "어머니가 누님이 언제 올지 모른다며 돌아가실 때까지 한 번도 이사하지 않았다.

누님 생일이 칠월칠석인데 어머니가 장독대에 촛불을 켜고 정한수를 떠놓고 비셨다.

어머니의 그 음덕으로 우리가 누님을 만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누나에게 보여주려고 어머니가 장독대에서 누나의 귀환을 비는 사진을 가져왔다면서 "누님을 만나보니 어머니가 다시 살아 돌아오신 것 같더라. 생김새뿐만 아니라 행동거지, 말투 등 모든 게 닮았다"고 감격해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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