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다음주 북한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외교가에선 오는 27일 방북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은 네 번째로, 교착 상태에 빠진 미·북 비핵화 협상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에 스티븐 비건 포드 국제담당 부회장을 임명했으며 이번 방북에 동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북에서 가장 주목되는 건 미국이 요구하는 북한의 핵 리스트 신고와 북한이 주장하는 종전선언을 맞바꾸는 ‘빅딜’이 이뤄질지 여부다. 성사되면 북한 비핵화 협상에 탄력이 붙으면서 2차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도 커질 전망이다.

일각에선 현재 9월9일로 예상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과 9월 중 열리는 3차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9월 하순 유엔총회에서 남·북·미·중 4자 정상의 종전선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이번 방북에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북한이 정말로 핵을 포기할지가 불분명한 데다 미국도 주한미군 철수 요구로 이어질 수 있는 종전선언에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조시 로긴 워싱턴포스트 외교·안보 칼럼니스트는 이날 ‘폼페이오가 진실의 순간에 맞닥뜨렸다’는 칼럼에서 “폼페이오는 김정은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낼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한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폼페이오는 갇혔다”며 “현실과 사실이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고 싶어 하는 정책 추진의 포로가 돼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정부 내에서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성과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방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면담하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4, 5월 1, 2차 평양 방문 땐 김정은을 만났지만 지난달 3차 방북 땐 김정은과의 면담이 불발되는 등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해 ‘빈손 방북’ 논란이 일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이 아무 성과 없이 끝나면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더 꼬이면서 중대 고비를 맞을 가능성도 있다. “북핵 위협이 사라졌다”고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도 궁지에 빠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제재를 통해 비핵화 협상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알다시피 우리는 북한에 매우 무거운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며 “(이는) 북한이 보다 빨리 움직이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틀 전 웨스트버지니아주 정치연설에서도 “제재를 빨리 풀어주고 싶지만 (그 전에) 북한이 핵을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은 이달 들어서만 세 차례 대북 독자제재를 단행했다.

여기엔 9월 시 주석의 방북과 3차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북 제재에 구멍이 생기는 걸 막기 위한 단속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가 트럼프 행정부의 최종 목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대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에 큰 진전을 이뤄내길 바라고 있다”고 기대했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이후 남북 정상회담 일정과 안건 등이 구체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교부도 폼페이오 장관의 북한 방문 결과를 공유하는 방안을 미국 측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미·북 간 비핵화 협상 결과가 다음달 중순으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시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외교당국자들 사이에서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다음주 일본을 방문, 북한 방문을 마치고 나온 폼페이오 장관과 만나는 방안도 거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김채연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