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수뇌부 12명 기소에 "공정위 역사상 최대 위기"

"공정거래위원회 역사상 최대 위기입니다."

정재찬 전 위원장 등 최상위 수뇌부를 비롯한 전·현직 직원 12명이 채용비리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1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사무실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공정위 "수사 겸허히 받아들인다"… 김상조 20일 쇄신안 발표
직원들은 사무실 자리를 지키며 굳은 표정으로 업무를 보고 있었지만, 당혹스러운 속내를 완전히 숨길 수는 없었다.

검찰은 이날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정재찬 전 위원장과 김학현·신영선 전 부위원장을 구속기소하고, 노대래·김동수 전 위원장 등 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1996년 국장급 2명과 2003년 이남기 전 위원장이 기소된 적은 있었지만, 12명이 동시에 기소된 것은 공정위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특히 전직 수장 3명이 동시에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은 다른 부처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다.

한 직원은 "언론에 알려졌던 5∼6명 정도가 기소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사법처리돼 참담한 심정"이라며 "공정위 역사상 최대 위기"라고 토로했다.

지철호 부위원장을 비롯해 현직 직원 2명이 불구속 기소됐다는 점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 부위원장은 중소기업중앙회 상임감사로 옮겼을 당시에는 공직자윤리법이 규정하는 취업제한 기관이 아니었고,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도 이 취업이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기에 기소되지 않으리라는 시각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번 공정위 사건을 '국가기관 차원의 조직적 채용 비리'로 규정했다.

소규모 조직으로 막강한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는 점을 이용한 비리로 다른 국가기관에 제기되는 전관 취업 의혹과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뼈를 때리는' 지적에 "할 말이 뭐가 있겠냐"는 반응도 있었다.

일부 직원은 김상조 위원장 취임 전에 있었던 일인 만큼 이번 기회에 과거의 잘못을 이번 기회에 털어 내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고도 했다.

지난 3월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6월 20일 공정위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를 공식화했다.

이후 검찰은 50여일 동안 약 120명을 조사하는 등 단시간에 강도 높은 조사를 이어갔다.

공정위는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공정위 "수사 겸허히 받아들인다"… 김상조 20일 쇄신안 발표
김상조 위원장은 이번 검찰 수사와 관련해 재발 방지책 등을 담은 쇄신안을 오는 20일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