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뉴욕주 포트드럼 군기지에서 국방수권법에 서명한 뒤 법안을 들어보이고 있다. 미국 2019회계연도에 맞춰 10월1일 발효되는 이 법안은 2만8500명인 주한미군을 의회 승인 없이는 2만2000명 이하로 줄이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외국 기업의 미국 투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국방수권법(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에 서명했다. BBC 등 주요 외신은 중국 기업이 미국 기업을 인수해 첨단기술을 빼내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가 이 법에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앞서 상·하원을 통과해 오는 10월1일 발효되는 국방수권법은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바뀐 법에 따라 CFIUS는 ‘미국의 중요한 인프라 또는 기술기업’에 대한 모든 외국인 투자를 심사해 대통령에게 의견을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외국 기업이 지배 지분을 가진 경우에만 심사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조사 대상이 확대됐다.미국 기업과 외국 기업의 합작 투자와 기술 유출이 우려되는 거래도 CFIUS가 조사할 수 있다. 외국인이 미군 기지나 항구 주변에 있는 부동산을 매입할 때도 CFIUS가 검토하도록 했다.법안은 투자 규제 대상을 중국으로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주 포트드럼 육군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의 경쟁국과 적들은 이미 우주에 대한 무기화를 시작했다”며 “우리는 곧 그들을 따라잡을 것이고, 훨씬 더 능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우주 굴기’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미국 상무장관이 2년에 한 번씩 ‘미국 내 중국인 투자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 의회와 CFIUS에 제출하도록 한 데서도 중국 견제 의도가 드러난다. 다만 중국 통신업체 ZTE와 화웨이의 미국시장 진출을 금지하는 내용은 최종안에서 빠졌다.통상전쟁 확대와 함께 ‘경제 국수주의’가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 정부는 최근 자국 정밀기계업체에 대한 중국 기업의 인수 시도를 국가 안보를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중국은 “미국은 중국 투자자를 객관적이고 공평하게 대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미국 정부의 심의가 중·미 기업들의 투자와 협력에 장애물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국방수권법은 또 미국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주한미군 병력을 2만2000명 이하로 줄이지 못하도록 했다.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일관성 없는 일방주의는 국제 사회에서 미국이 정치·경제적 리더십을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파리기후협정 탈퇴, 이란 핵합의 파기, 관세 전쟁을 비롯해 동맹을 공격하고 적을 포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정책은 미국을 믿을 수 없는 파트너로 바꿔놓았다.‘미국 우선주의’는 다른 국가가 국제 체제를 새롭게 구성할 수 있는 틈을 주고 있다. 그 틈을 타고 중국의 영향력이 강화될 수 있다. 그렇다면 세계가 직면한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중국의 지도자들이 염두에 둔 국제 경제질서는 어떤 모습인가?우선 중국은 수출 주도형 성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7년 다보스포럼에서 중국이 ‘개방형 세계경제’의 성장을 위해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의 특성에 따른 세계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화와는 다를 것이다. 중국은 다자간 협상보다는 양자 및 지역 간 무역 협정에 더 의존한다. 2002년 중국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들과 ‘포괄적 경제협력에 대한 기본협정’을 맺었다. 이후 12개국과 추가로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논의했다. 중국이 양자 간 협상을 계속 강조한다면 세계무역기구(WTO)의 역할은 줄어들게 된다.중국 국무원이 밝힌 중국의 무역전략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주변 지역으로 퍼져 나가면서 입지를 다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중국 지도자들이 중국을 허브로, 주변국을 스포크(바퀴의 살)로 보는 ‘허브 앤드 스포크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무역 전략을 지원할 또 다른 중국 중심의 제도도 마련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은행(WB)의 지역적 대안으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설립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30개 이상의 중앙은행과 5000억달러 규모의 스와프라인을 구축해 국제통화기금(IMF)의 역할에 도전하고 있다.중국이 주도하는 국제 시스템은 지식재산권 보호에 관심을 덜 기울일 것이다. 사유재산의 신성함은 중국의 국가사회주의 체제에서 늘 제한받고 있다.중국 정부는 국영 기업에 대한 보조금과 지시를 통해 경제를 성장시키려고 한다. 중국의 첨단기술 역량을 키우기 위한 ‘중국제조 2025’가 이 같은 접근 방식의 예다. WTO는 보조금을 제한하려고 하지만 중국식의 무역 체제에선 최소한 이런 제약이 느슨해질 수 있다.중국 주도의 국제 제도는 외국인직접투자(FDI)에도 덜 개방적일 것이다. 자본 유입 제한은 중국 기업의 기술 개발 역량을 높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또 다른 장치다. 중국은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정책을 사용할 수 있는 체제를 선호할 것이다.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해외에서 사업을 하는 데 새로운 장애에 부딪힐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요약하자면 중국 주도의 글로벌 경제에서도 대외 개방을 유지하겠지만 미국식의 지식재산권 존중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미국의 해외 투자를 제한할 뿐만 아니라 ‘평평한 운동장’을 원하는 미국의 수출기업과 다국적 기업들에도 비협조적일 수 있다. 이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원한다고 말하는 것과 정반대의 상황이다. 하지만 이것은 미 행정부의 정책이 초래할 새로운 시스템일지도 모른다.ⓒProject Syndicate정리=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조셉 윤 "'北 핵신고-美 종전선언' 맞바꾸기 할 수도"미국이 한국전쟁 종전선언에 아직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 가을 안에 지지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왜 미국은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경게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남북한이 늦어도 연말까지, 이상적으로는 9월18일 유엔 총회 개회일까지 종전선언을 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보도했다.존 델러리 연세대 교수는 "최선의 시나리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화 선언을 손에 쥐고 유엔을 방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NYT는 유엔이 김 위원장을 초청해 총회에서 연설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전했다.이 자리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지는 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라는 이야기다.그러나 북한의 비핵화 약속에 대한 미국 내 회의론을 고려할 때 미 행정부 관료들은 이런 종전선언 시간표가 너무 빠르다고 생각한다고 NYT는 전했다.다만 이 신문은 "언제나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예측 불가능한 변수(wild card)"라며 '준비할 시간이 촉박하다'는 관료들의 반대에도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밀어붙인 사례를 소개했다.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 맞춰 가을에 비슷한 외교정책 쇼(extravaganza)를 목표로 하고 있을지 모른다"며 "이는 중대한 11월 중간선거 직전"이라고 내다봤다.종전선언이 우선이라는 북한과 비핵화 약속 이행이 먼저라는 미국이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도 나왔다.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워싱턴과 평양이 (종전)선언과 (핵)신고를 맞바꾸는 노력(declaration-for declaration)을 할 수도 있다"며 미국이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지지하는 대가로 북한은 베일에 가려진 핵 자산을 신고하면 된다고 제안했다.신문은 또 법적 구속력이 있는 평화협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종전선언이 주한미군 병력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지난 6월 북미정상회담 이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방부에 주한미군 철수 옵션을 준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지만, 다수의 미국 정부 관리들은 주한미군의 존재가 대북 억지력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 미군 주둔과 미국의 광범위한 헤게모니 전략을 도울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일부 관리들은 또 종전선언 후 문재인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을 요구하려고 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고 NYT는 보도했다.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한미군 규모를 2만2천명 이하로 감축하는 것을 제한하는 새 국방수권법에 서명한데다 우리 정부는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관리들의 이 같은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