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수립일·정상회담 2개의 대형 이벤트 소화 어려움 관측
폼페이오 방북설 등 맞물려 북미간 비핵화협상 先진전 後회담 분석도
'9·9절 직전 北초청 가능성' 일부 보도에 靑 "참석 요청 없어" 반박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발표하고도 택일 못 한 까닭은
남북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3차 회담을 다음 달 평양에서 열기로 13일 합의하고도 정확한 날짜를 못 박지 못한 이유를 두고 각종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남북은 13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고위급회담을 한 뒤 '일정에 올라있는 남북정상회담을 9월 안에 평양에서 가지기로 합의했다'는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당초 청와대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해봤을 때 3차 남북정상회담이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의 특정한 날에 평양에서 열리는 안이 합의·발표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정작 '9월 평양'이라는 광범위한 시기가 발표된 것이다.

예상과 달리 택일 되지 못한 사유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9월 초는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회담 개최 시기를 조금은 압축했다.

그는 "9월 초라고 하면 9월 10일까지"라고 부연했다.

다시 말해 다음 달 11일부터 30일 사이에는 회담이 열릴 것으로 본다는 얘기다.

남북이 택일을 못 한 이유로 북한 정권수립 70주년 기념일(9·9절) 이전에 문 대통령이 방북하는 것은 모양새가 여러모로 좋지 않다는 게 하나로 제시된다.

남북관계가 아무리 해빙 수순에 들어섰다 해도 북한 축젯날에 즈음한 문 대통령의 방북은 국내 이념갈등의 빌미를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그 주요 근거였다.

일부 언론은 북한이 문 대통령과 방북단을 경축특사로 포장하기 위해 9·9절 직전에 회담하자고 제안했을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우리에게 9·9절 참석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북한 스스로가 9·9절 행사와 문 대통령 방북이라는 2개의 대형 이벤트를 동시에 소화하기에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발표하고도 택일 못 한 까닭은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중대변수' 가능성도 있다는 견해가 있다.

북미 간 비핵화를 둘러싼 조치를 두고 갈등을 빚는 현 상황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비핵화 진전을 이룰만한 모종의 흐름이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머지않은 시기에 방북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전환점을 가져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전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이달 내로 평양에 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이번 4차 방북을 통해 양측이 문제를 풀고 돌파구를 찾아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을 잇달아 방문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비핵화 문제를 진전시킬 만한 일종의 중재안을 가지고 와 전날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이를 북한에 전달한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대두하고 있다.

따라서 조만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성사되고 이를 통해 한 단계 더 비핵화 진전을 이룬다면 그 이후에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게 유리하다고 문 대통령이 판단했을 개연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문 대통령은 남북 및 북미 관계가 선순환적으로 작용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으며, 지금 상황은 '선(先) 비핵화 진전→후(後) 남북관계 개선'으로 가야 하는 시점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고 이를 북한도 공유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북미 간 비핵화 진전을 이룬 후 정상회담을 한다면 남북관계 발전의 폭을 그만큼 더 넓힐 수 있고, 이는 판문점선언 이행 속도에 불만인 북한 역시 호응할 수 있는 지점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따라서 9월 평양정상회담 일자를 확정 짓지 못하고 다만 중순 이후가 거론되는 것은 9·9절로 인해 북한이 정상회담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동시에 치르는 데 대한 어려움과 함께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관계에 중대한 변화를 앞둔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발표하고도 택일 못 한 까닭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