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10월 두 척의 외국 국적 선박이 북한산 석탄으로 의심되는 화물을 싣고 국내 항구에 입항한 직후 해양수산부 주도로 범정부 회의체를 구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해당 선박의 유엔 제재 위반 사실을 곧바로 인지하고도 10개월째 후속 처리를 미룬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5일 한국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12일 해수부는 ‘유엔 안보리 북한제재위 지정선박 입항 요청 관련 관계기관 의견조회’라는 문서를 작성했다. 또 같은 달 15일 ‘유엔 안보리 북한제재위 선박 입항 허가 문제’를 추가로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31일에는 ‘유엔 안보리 북한제재위 지정선박 입항 요청 관계기관 회의 참석 요청’을 각 관계기관에 보냈다. 정부 회의체까지 구성해 유엔 제재 대상 선박의 입항 문제를 논의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대책을 논의한 시점은 파나마 선박 ‘스카이엔젤호’와 시에라리온 선박 ‘리치글로리호’가 지난해 10월2일과 11일에 북한산 석탄을 싣고 각각 인천과 포항으로 입항한 직후다. 정부는 최소 세 차례에 걸친 회의에서 제재 위반 문제를 논의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 관계자는 “최신 유엔 제재 선박의 명단을 각 관계기관으로부터 전달받고자 외교부, 관세청, 해양경찰청과 함께 임시 회의를 열었다”며 “그러나 당시 명단에는 문제가 된 선박이 없었고 후속 회의에서 관세청이 자체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관세청에 신속한 조사를 촉구했지만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입·출항을 막을 근거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관세청은 10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결론을 내놓지 않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달 17일 북한산 석탄이 유입됐다는 언론 보도를 통해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관세청에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달 1일 관세청이 지난 7월 북한산 석탄 유입에 대한 수사를 종결하고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부가 유엔 제재 위반 사실을 조기에 파악했으면서도 묵인한 것으로 확인되면 외교적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이날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석탄을 한국에 반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샤이닝리치호’가 최근 평택항에 정박했다가 지난 4일 오후 제3국으로 출항했다고 보도했다.

고윤상/김채연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