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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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의 위기 수습과 혁신을 위해 출범한 '김병준호'가 이전 '홍준표 체제'와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선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홍준표 전 대표 체제에서 잠정 중단됐던 당 지도부와 중진의원들의 연석회의를 매달 수요일 한 차례씩 열기로 했다. 첫 회의는 오는 8일 열린다.

김 위원장은 5일 "중진의원들이 비대위에 지적할 부분이 많다면 의견을 듣고 나름의 설명을 할 것"이라며 "혁신과 개혁은 사람을 잘라내고 싸워서 승리를 거두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홍 전 대표는 중진의원들이 당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하는 모습이 노출될 경우 당내 잡음과 갈등으로 비쳐 지방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연석회의를 중단했다.

최대한 당내 계파 갈등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김 위원장의 '신중 모드'도 눈에 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 "과거지향적인 인적청산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언제든 불붙을 수 있는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간 계파 갈등을 비껴갔다.

인위적인 인적청산을 먼저 하는 대신 이념·가치 논쟁을 먼저 한 뒤 여기서 마련된 기준에 따라 '솎아낼' 인물들을 찾겠다는 취지다.

홍 전 대표가 '양박'(양아치 친박), '암 덩어리', '바퀴벌레' 등 직설적인 비유로 친박계를 흔들면서 인적청산을 시도하려 했지만, 당내 갈등만 더 키웠다는 지적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미국에 체류 중인 홍 전 대표가 고(故)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의 죽음을 두고 '자살이 미화되는 세상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보수든 진보든 말을 아름답게 해야 한다"며 에둘러 비판했다.

김 위원장이 안보 이슈보다는 경제 이슈에 무게중심을 두고, '남북위장평화쇼'와 같은 직관적·직설적 화법보다는 철학적 담론을 선호한다는 것도 홍 전 대표와는 다른 지점이다.

'국가주의'를 화두로 문재인정부를 비판하고 나선 게 대표적이다. 시장과 시민사회에 국가권력이 지나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해찬 전 총리 등 여당에서도 국가주의 담론을 받아치기 시작했다"며 "어찌 보면 원론적인 토론 같지만, 국가를 완전히 새로 세워야 하는 이 시점에 꼭 필요한 논쟁"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김 위원장의 행보를 놓고 당내에서는 새로운 보수 가치 정립에 동의하면서 '일단 지켜보자'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특정 계파와 손잡고 다음 총선 공천과 관련한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를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재선 의원은 "당직 인선을 보면 홍 전 대표는 '깡패 때려잡는다고 더 깡패처럼 행동하는 검사'였다면 김 위원장은 교수님처럼 자기 밑에 줄 서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실제 김 위원장이 단행한 당직 인선을 놓고 '복당파에 기운 인선'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동시에 김 위원장이 대권을 염두에 둔 행보를 하고 있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당내 기반이 없는 김 위원장이 이 같은 의구심을 어떻게 해소해 나갈지 주목된다. 또한 '김병준호' 출범 이후 당 지지율이 정의당에 따라잡혀 제1야당의 체면을 구긴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른 점도 김 위원장 앞에 놓인 숙제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