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후 북일간 첫 장관급 만남…日언론 "일방적 신청 수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방문 중인 싱가포르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접촉했다고 밝혔다.

고노 외무상은 기자들을 만나 이런 사실을 적극 알렸지만, 북한 측은 회담이 아니라 접촉 수준임을 강조했다.

4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고노 외무상은 전날 저녁(현지시각) 리 외무상과 짧은 시간 동안 만나 대화했다.

ARF 환영 만찬이 열릴 때 만찬장 밖의 대기실에서 고노 외무상이 리 외무상에게 말을 거는 방식으로 대화가 오갔다.

NHK는 두 외무상이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형태였다고 설명했다.

고노 외무상은 이 자리에서 일본 정부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북일 정상회담을 개최할 용의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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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외무상은 리 외무상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일본의 기본적인 입장을 전달했다"며 "'북일 평양선언에 기초해 납치, 핵, 미사일을 포괄적으로 해결하자'는 일본의 생각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아사히는 고노 외무상이 그러면서 납치 문제를 해결해 국교정상화를 한다면 경제지원을 할 용의가 있다는 의사도 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고노 외무상은 자신의 발언에 대한 리 외무상의 반응을 전하지는 않았다.

고노 외무상이 리 외무상과의 접촉 사실을 적극 알렸지만, 북한 측은 만남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북한 대표단 관계자는 아사히에 전날 7개국과 회담을 했다고 설명하면서 "일본, 한국과는 접촉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아사히는 이에 대해 "북한이 전날 한 회담 상대국에 일본을 포함하지 않은 것"이라며 "일본이 북한에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했지만 일방적으로 신청한 수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리 외무상 역시 전날 만찬 후 숙소에 복귀할 때 고노 외무상과의 만남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지난 6월 북미 정상회담 이후 일본과 북한의 장관급 인사들이 서로 접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노 외무상은 작년 8월 필리핀에서 ARF 장관회의가 열렸을 때 회의 전날 만찬 자리에서 리 외무상과 만나 비슷한 수준의 '접촉'을 한 바 있다.

북일 간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다음 달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김 위원장이 참석할 경우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북한이 일본과의 대화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어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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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