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연내 성사 위해 법적 효과보다는 문안 단순화 주력기조
韓美와 적대 해소한 中, 종전선언 참여 희망한다면 '열린 입장'


정부는 북미협상에서 중대 변수로 부상한 종전선언과 관련, 법률적 효과를 가급적 배제하는 '정치 문서'로 추진하고, 문안은 최대한 간소화해 조기 채택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는 4·27 남북정상회담 합의인 판문점선언에 담은 '연내 종전선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문안을 최대한 단순화한 초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법적으로 전쟁을 종결하는 '평화협정'과는 다른 정치적 선언임을 분명히 하는 문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종전선언에 적극성을 보이지만 미국은 핵시설의 완전한 신고를 포함한 '가시적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며 '신중론'을 펴는 상황에서 속전속결을 가장 효율적인 중재전략으로 고려하는 듯하다.

우리 정부는 기본적으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의 입구에 정치적 문서인 종전선언을 위치시켜 북한에 과도기적인 안전보장 장치를 제공함으로써 비핵화를 향해 신속하고 과감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북한은 종전선언이 이뤄져야 본격적인 비핵화에 나설 수 있다는 태도이고, 미국은 종전선언이 평화협정과 동일한 효과를 내게 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다시 말해 미국은 종전선언으로 대북 군사옵션이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는 점, 종전선언 채택 이후 정전체제를 지탱해온 유엔군 사령부, 더 나아가 주한미군의 존재 이유에 대한 논란이 야기될 수 있는 점 등을 우려하면서 종전선언 신중론을 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북미가 상호 이견이 없는 쪽으로 필요하면서 최소한의 내용을 담아 신속하게 종전선언이 채택될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을 세우려 하고 있다.

남북미 3자의 선언으로 할지, 남북미중 4자로 할지는 여전히 유동적이지만 핵심은 북미가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한의 공통분모'를 찾는 일이라는 게 우리 정부의 인식이다.

남북 간에는 상호 불가침을 확인하고 단계적 군축에 나서기로 한 판문점 선언이 종전선언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견해가 적지 않은 데다 중국은 이미 전쟁의 상대방이었던 한미와 국교를 수립한 터라 문안을 놓고 한국, 미국과 다툴 소지가 상대적으로 적어 결국 종전선언의 관건은 북미가 문안에 동의하느냐 여부일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정부는 종전선언 참가 여부와 관련해 중국의 분명한 입장이 아직 나오지 않은 만큼 남북미중 4자 가능성도 열어둔 채 종전선언을 추진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참여로 협상이 복잡해지는 측면이 있을 수 있지만 최대의 대북 영향력을 가진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비핵화-평화체제 협상에 초기부터 관여시키는 것이 득이 되는 측면도 있는 만큼 중국이 적극적으로 참여를 원하면 함께 갈 수 있다는 인식인 셈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남북 교류·협력사업 추진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유엔 안보리 결의 및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 적용의 일부 예외를 인정받아가며 추진한다는 기조를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재 예외 적용이 제재에 힘을 빼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정식 경로를 통해 필요 최소한도의 제재 예외를 받아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제재 대오를 해치지 않고 투명하게 남북관계를 풀어나간다는 게 우리 정부의 방침이라고 할 수 있다.

/연합뉴스